공장에서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산업물은 강인한 특성을 지닌다. 인공물인 파이프 피팅의 속성도 나무의 특성과 닮았다. 하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력은 부재하다. 나는 인공물과 자연물의 성질을 재해석하여 작품으로 풀어나가려 한다. 유연성, 자율성, 주체성을 잘 보여주는 파이프 피팅은 유체의 흐름을 변경하거나 조절하기 위해 쓰이는 산업 부품이다. 큰 방향에서 작은 방향으로, 작은 방향에서 큰 방향으로,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흐름을 연결하거나 막는다. 이 부품들을 쌓는 행위에서 나오는 나무의 형태와 나무의 모티프를 직접 손으로 세공한 텍스쳐는 인공물의 소재에 자연의 에너지를 결합시킨 생명력 있는 결과이다.

인공물을 통해 주체성을 가지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우리 인간의 능력이며, 나는 그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현대에 대량으로 생산되는 산업제품들을 보며 그 지속가능성과 존재가치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된다. 기계에 의해 틀에 갇힌 기준으로 만들어진 인공물들과 신속하게 만들어지는 작은 부품들. 그들은 결국 그들의 탄생처럼 빠르게 소모되고 버려진다. -이 순환의 끝은 어디인가? 이 질문은 나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렇게 나는 공장들 속에서 탄생하는 산업 부품들이 그 자체로 유일무이한 작품이 되는 순간을 상상하며 그들의, 나의 존재가치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