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기도 했다.<욕망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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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기도 했다.<욕망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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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Detail
절도에서 충동구매까지: You’ve Got to Forgive Her
1990년대 말, 어린 박론디는 친구 집 장식장 안에 진열되어 있는 매우 매혹적인 시계 반지를 보게 되었다.
그 반지는 박론디의 눈을 자꾸 훔쳤고, 옆에서 원소유자인 친구의 지속적인 자랑질에 박론디는 이내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다. 결국 박론디는 친구 몰래 그 시계 반지를 훔쳤다.
그의 인생 첫 절도였다.
소유자가 다른 대상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함은 그의 뺏긴 마음의 빈 자리를 메워 보려는 것이었을까.
마음을 내줌으로서 본인을 조금 잃고 그것을 다시 채워보려는 행동은 비록 대상이 혼이 없는 사물이었지만 그에게는 일종의 사회적 행위였고, 박론디의 욕망에 의한 일방적인 권력의 구조가 형성되었던 사건이었다.
그리고 2000년 박론디의 여덟번째 생일, 당시 20대였던 그의 이모가 그에게 플릭플락시계를 선물했다. 시계라는 물건은 8세 박론디의 소유의 영역과 상상을 초월한 물건이었으며, 신비와 동경의 여성상이었던 이모가 그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주는 것만 같았다. 처음 보는 디자인과 처음 소유하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너무 쏙 드는 것이 신기했다고 한다. 그 이후 박론디는 코끼리, 돌고래 상가와 같은 엔틱, 미제 상점들을 열심히 구경하며, 아메리카 원주민 스타일의 반지나, 폴리포켓, 구디핀, 플릭플락과 같은 장난감과 악세서리에 흠뻑 빠져들었다. 가끔 운이 좋으면 충동적으로 그것들을 취득할 돈이 수중에 있었거나 구매 대행을 허락해주는 어른이 옆에 있었다. 그렇게 하나씩 박론디는 물건들을 몸에 지니고, 자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어른 박론디는 아티스트가 되었고, 어렸을 때부터 열광한 물건들이 체화된 양 작업에 표상처럼 나타났다. 본인이 욕망하는 만큼 타인도 그럴 수 있는 바램으로, 그의 작품에서는 소유하고 갈망했던 “타입”의 재질, 색감, 형상 등이 기승전결이 있는 서사 안에서 “뉘앙스”들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미지는 주로 ‘도대체 왜, 어떻게 존재하는 거지?’라고 재차 묻게 되고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하는 기묘하면서 광범위한 키치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마찬가지로 다양한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장식의 테두리로 액자하듯 주로 마무리가 된다. 제작 기법 또한 다양하다. 마커, 색연필, 물감을 이용한 드로잉부터 자수, 도자까지 예술, 공예, 디자인과 같은 시각 문화의 하위 범주마다 존재하는 고유의 “씬”이나 전례는 다 혼합되는 동시에 무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만큼, 그가 흠모하던 브랜드 제품의 질은 악화되었다. 줄어든 수요에 비해 점차 증가하는 재료, 인건비를 공급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몸에 지니는 제품의 무게와 감촉이 변하기 시작했다. 본인의 정체성을 상당하게 대변해주던 것들의 가변성에서 오는 안타까움과 혼란 속, 선택과 소유를 반복하는 박론디는 자신의 위치는 어디인지, 주체성의 근원을 고민하게 되었다.
미국 문화 이론가 및 문학 평론가 시안 응가이(Sianne Ngai)는 현재 예술과 상품의 경계가 지속적으로 교차하고 더욱더 모호해짐으로써, “zany, cute, interesting”(엉뚱한, 귀여운, 흥미로운)과 같은 미학의 제도적 연구의 중심에서 벗어나 가중치가 적거나 어중간하며, 사소한 감정들을 칸트의 숭고성과 아름다움과 같은 고전적인 미학과 동일한 선상에 올려 현대의 미적 감흥에 상당한 중요성을 주장한다.
“Zany(엉뚱한)”는 “코미디와 같은 장르에 많이 연출되는 기교적인 퍼포먼스와 감정 노동을 아우르는 미학”이고, “interesting(흥미로운)”은 “연속적이고 반복적인 정보 전달 및 의사 소통의 미학”, 그리고 “cute(귀여운)”는 “우리가 표면적으로 종속적이고 위협적이지 않은 대상에 대해 품고 있는 부드러움에서 공격성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한 감정 스펙트럼을 드러내는 미학”이라고 응가이는 설명한다. 더 나아가, 이 미학적 판단들은 서로 상반되는 감정들을 포괄한다. Zany 같은 경우에는 재미있음과 재미없음, interesting은 흥미로움과 지루함, cute는 다정함과 공격성을 담고 있다. 단일체화된 구분이 아니라 극과 극, 그리고 그 사이에 수반되는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 역시 미적 분류에 기여하는 것이다.
Zany, cute, interesting은 언뜻 보기에 말초적이지만 성과 중심, 정보 포화 및 네트워크화, 그리고 초-상품화(hyper-commodification)된 현재 자본주의 후기에 이르러 가장 중심적이고 보편적인 미적 구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들은 역사 속 다양한 장르와 시각문화 운동을 넘나들며 항상 존재했던 감정이었으나, 생산(노동과 놀이 사이의 흐릿한 경계에 존재하는 zany), 유통(직감과 개념, 호기심과 욕망 사이를 매개하는 interesting), 그리고 소비(특히 상품성과 깊이 결부된 소유욕과 권력을 드러내는 cute)와 같은 자본주의의 사회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과정의 지표임과 동시에 그 과정들에 의해 더 불거져 나왔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현상 속에 병존하는 권위적 지위들 혹은 이분법적 분류 간의 갈등을 통해 전달되는 양면적인 감정 속 범위도 바탕과 동시에 보탬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숭고함”과 “아름다움”과 같이 제도화되지 않음은 장르/시대, 사적/공적 공간의 경계를 뚫어 상황과 시간을 가리지 않고, 정리할 수 없이 편재했기 때문이다. 보통 특정 시대와 장르, 미술 운동에 어느 정도 획일화된 감정 및 판단을 정의내리는 미학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zany, cute, interesting은 획기적인 확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응가이는 이러한 미학적 범주를 장르나 미술 운동으로 분류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오히려 “삶의 방식”으로 간주하며, 이 삶의 방식의 큰 영역을 차지하는 사회성은 제도화된 전문적 분야와 그에 고유한 역사로부터 기인하기도 하나, 예술과 상품 사이 구분이 소비와 유통의 순환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듯 일상과 개인 등 더 작은 사회의 단위가 그를 영향끼치는 상호적이고 대등한 관계를 주장한다.
박론디의 소비자로서의 인생은 작가로서의 미적 감각뿐만 아니라 소재 선별과 구도, 그리고 재료와 제작 기법까지 관철한다. 그래서 그런지 응가이의 세 개의 미학적 카테고리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형태로 박론디의 작품에 나타난다. 빅토리아 시대 거실 벽에 걸려 있을 법한 액자 형태 속 그려져 있는 앙증맞은 구디핀 아이콘 시리즈는 작고 아담한 것을 소유하고 싶어하게 하는 cute를 나타내고, 루니 툰과 같은 20세기 초중반 미국 만화풍을 연상시키는 어디론가를 향해 맹목적으로 말을 타고 나아가는 카우걸은 무지막지한 목표들을 달성시키려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 zany와 닮았다. 그리고 값싼 폴리에스터 실크와 비즈 등으로 엮어진 퀼트 작품들은 작가의 개인적 서사를 직접적으로 서술하는 interesting한 요소로, 니쉬 마켓부터 대중문화까지 동시대인들이 공감하는 다양한 소재들로 혼재되어 있다. 또한, 박론디의 작업은 주체들이 비교적 신분과 지위 구분 없이 평면적으로 등장하고, 담백한 기록과 의사소통을 취지로 하는 고대의 벽화나 그림 일기를 떠오르게 한다. 앞서 말한 생산, 유통, 그리고 소비와 같은 활동에 도사리고 있는 사회 계층간 갈등을 표현하기도 하는 zany, interesting, cute 중 작가의 육체적 젠더와 연령에 맞게 권고되었던 여성과 유아의 정서를 거침없이 기록하고 드러낸다. 이에는 박론디가 소비한 제품과 문화 뿐만 아니라 본인이 구매자로서 산업에 의해 소비된 관점까지 내포되어 있다.
응가이의 미적 범주와 기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작가의 이미지들은 개인의 소유욕에 대한 일종의 모험담이다. 소유욕의 채찍질에 즉각적인 연쇄반응처럼 그는 절도하고, 달리다가, 내가 왜 이런 것에 끌리는지 현타가 오기도 하고, 좋아하는 것이 단종되거나 잃어버려 가슴이 미어지는 생이별을 경험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화자의 위치는 예술의 내부에서 외부로 향하는 표현적 방향과 선포적인 행위에 있어 보편적으로 적당 거리를 유지하는 관점이나 자본주의에 대한 역설적 비판이 아니다. 작가는 거시적 서사에 잠식된 수동태가 아닌, 현상 그 자체인 것이다. Zany, cute, interesting과 같은 소소한 순간들이 박론디의 정체성을 자각하게끔 하고, 또 그것을 의심없이 소화하고, 작업으로써 타인에게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고, 당신도 좋아할 것 같아 보여준다며, 일방적인 전달과는 다른 상냥한 색감과 뒷 배경이 투시되는 여린 붓놀림으로 절도까지 거침없이 고백하는 박론디의 작품은 단순한 차용과는 별개로 느껴지고, 용감하기까지 해보인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을 표현할 수 있는 제일 빠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소유이다.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만, 권력의 방향성을 상호적으로 감독하려는 박론디의 노력은 높낮이가 있는 구조 구축이 아닌 꾸밈없는 행복과 사랑을 찾고 향유하려는 꽤 단순한 이유에서 온다. 웰메이드 시계와 그것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리는 그는, 친구들을 위해 스크린 프린트 셔츠와 액자를 만든다. 그저 흥미롭고, 귀엽고, 엉뚱하다라고 밖에 직관적으로 형용하게 되는 애매한 뭉치들과 뉘앙스들을 신념으로써 전달하고, 그것이 사실 나를 매일 흔들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상품이든 예술이든 소유하고 유통되는 데 있어 소중한 창작물임과 동시에 이질적 육체를 공동체로 잇는 매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예술의 레퍼토리에서 “일상의 승화” 혹은 “재조명”이라고 얼버무리는 대신, “일상”이 구체적으로 왜 사소하고 하찮게 여겨지고, 전문성이 배제된 영역으로 분류됨을 따져보며, 주체(agency)가 없이 나약한 효과를 초래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순수 예술의 “숭고한 정신”과 “개념화”는 상업성에 반대된다고 여겨지며, 가정성은 역사 속 뿌리 깊은 젠더의 분리에 있어 여성과 아동의 부문으로 간주하는 데 있다. 응가이가 확고히 변호하는 연약한 미학의 카테고리들은 박론디에게 유년 시절부터 그의 주관성에 기여할 만큼 중요했고, 작가가 된 지금도 작품에 항상 등장하고 있다. 연약하다고 하지만 작가 입장에선 개인의 영역이나 참신한 상상을 침범하고 점령하는 너무 매혹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거부하고 의심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몸을 깊게 담궈 버리고 그것을 본인의 서사라고 자부한다는 것이, 우리의 관점을 뒤흔들 수 있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궁극적으로, 이 모든 것은 박론디가 퍼포먼스로 노래하는 박이소의 <정직성>(1996)의 가사로 귀결되고 있다.
따스함을 찾기는 어렵지 않아.
그냥 사랑하며 살면 돼.
진실을 찾는다면 그건 힘든 일이야.
너무나 찾기 힘든 바로 그것
정직성. 정말 외로운 그말. 더러운 세상에서
Honesty. 너무 듣기 힘든 말, 너에게 듣고픈 그 말.
글 : 오다인
1990년대 말, 어린 박론디는 친구 집 장식장 안에 진열되어 있는 매우 매혹적인 시계 반지를 보게 되었다.
그 반지는 박론디의 눈을 자꾸 훔쳤고, 옆에서 원소유자인 친구의 지속적인 자랑질에 박론디는 이내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다. 결국 박론디는 친구 몰래 그 시계 반지를 훔쳤다.
그의 인생 첫 절도였다.
소유자가 다른 대상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함은 그의 뺏긴 마음의 빈 자리를 메워 보려는 것이었을까.
마음을 내줌으로서 본인을 조금 잃고 그것을 다시 채워보려는 행동은 비록 대상이 혼이 없는 사물이었지만 그에게는 일종의 사회적 행위였고, 박론디의 욕망에 의한 일방적인 권력의 구조가 형성되었던 사건이었다.
그리고 2000년 박론디의 여덟번째 생일, 당시 20대였던 그의 이모가 그에게 플릭플락시계를 선물했다. 시계라는 물건은 8세 박론디의 소유의 영역과 상상을 초월한 물건이었으며, 신비와 동경의 여성상이었던 이모가 그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주는 것만 같았다. 처음 보는 디자인과 처음 소유하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너무 쏙 드는 것이 신기했다고 한다. 그 이후 박론디는 코끼리, 돌고래 상가와 같은 엔틱, 미제 상점들을 열심히 구경하며, 아메리카 원주민 스타일의 반지나, 폴리포켓, 구디핀, 플릭플락과 같은 장난감과 악세서리에 흠뻑 빠져들었다. 가끔 운이 좋으면 충동적으로 그것들을 취득할 돈이 수중에 있었거나 구매 대행을 허락해주는 어른이 옆에 있었다. 그렇게 하나씩 박론디는 물건들을 몸에 지니고, 자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어른 박론디는 아티스트가 되었고, 어렸을 때부터 열광한 물건들이 체화된 양 작업에 표상처럼 나타났다. 본인이 욕망하는 만큼 타인도 그럴 수 있는 바램으로, 그의 작품에서는 소유하고 갈망했던 “타입”의 재질, 색감, 형상 등이 기승전결이 있는 서사 안에서 “뉘앙스”들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미지는 주로 ‘도대체 왜, 어떻게 존재하는 거지?’라고 재차 묻게 되고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하는 기묘하면서 광범위한 키치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마찬가지로 다양한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장식의 테두리로 액자하듯 주로 마무리가 된다. 제작 기법 또한 다양하다. 마커, 색연필, 물감을 이용한 드로잉부터 자수, 도자까지 예술, 공예, 디자인과 같은 시각 문화의 하위 범주마다 존재하는 고유의 “씬”이나 전례는 다 혼합되는 동시에 무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만큼, 그가 흠모하던 브랜드 제품의 질은 악화되었다. 줄어든 수요에 비해 점차 증가하는 재료, 인건비를 공급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몸에 지니는 제품의 무게와 감촉이 변하기 시작했다. 본인의 정체성을 상당하게 대변해주던 것들의 가변성에서 오는 안타까움과 혼란 속, 선택과 소유를 반복하는 박론디는 자신의 위치는 어디인지, 주체성의 근원을 고민하게 되었다.
미국 문화 이론가 및 문학 평론가 시안 응가이(Sianne Ngai)는 현재 예술과 상품의 경계가 지속적으로 교차하고 더욱더 모호해짐으로써, “zany, cute, interesting”(엉뚱한, 귀여운, 흥미로운)과 같은 미학의 제도적 연구의 중심에서 벗어나 가중치가 적거나 어중간하며, 사소한 감정들을 칸트의 숭고성과 아름다움과 같은 고전적인 미학과 동일한 선상에 올려 현대의 미적 감흥에 상당한 중요성을 주장한다.
“Zany(엉뚱한)”는 “코미디와 같은 장르에 많이 연출되는 기교적인 퍼포먼스와 감정 노동을 아우르는 미학”이고, “interesting(흥미로운)”은 “연속적이고 반복적인 정보 전달 및 의사 소통의 미학”, 그리고 “cute(귀여운)”는 “우리가 표면적으로 종속적이고 위협적이지 않은 대상에 대해 품고 있는 부드러움에서 공격성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한 감정 스펙트럼을 드러내는 미학”이라고 응가이는 설명한다. 더 나아가, 이 미학적 판단들은 서로 상반되는 감정들을 포괄한다. Zany 같은 경우에는 재미있음과 재미없음, interesting은 흥미로움과 지루함, cute는 다정함과 공격성을 담고 있다. 단일체화된 구분이 아니라 극과 극, 그리고 그 사이에 수반되는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 역시 미적 분류에 기여하는 것이다.
Zany, cute, interesting은 언뜻 보기에 말초적이지만 성과 중심, 정보 포화 및 네트워크화, 그리고 초-상품화(hyper-commodification)된 현재 자본주의 후기에 이르러 가장 중심적이고 보편적인 미적 구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들은 역사 속 다양한 장르와 시각문화 운동을 넘나들며 항상 존재했던 감정이었으나, 생산(노동과 놀이 사이의 흐릿한 경계에 존재하는 zany), 유통(직감과 개념, 호기심과 욕망 사이를 매개하는 interesting), 그리고 소비(특히 상품성과 깊이 결부된 소유욕과 권력을 드러내는 cute)와 같은 자본주의의 사회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과정의 지표임과 동시에 그 과정들에 의해 더 불거져 나왔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현상 속에 병존하는 권위적 지위들 혹은 이분법적 분류 간의 갈등을 통해 전달되는 양면적인 감정 속 범위도 바탕과 동시에 보탬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숭고함”과 “아름다움”과 같이 제도화되지 않음은 장르/시대, 사적/공적 공간의 경계를 뚫어 상황과 시간을 가리지 않고, 정리할 수 없이 편재했기 때문이다. 보통 특정 시대와 장르, 미술 운동에 어느 정도 획일화된 감정 및 판단을 정의내리는 미학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zany, cute, interesting은 획기적인 확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응가이는 이러한 미학적 범주를 장르나 미술 운동으로 분류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오히려 “삶의 방식”으로 간주하며, 이 삶의 방식의 큰 영역을 차지하는 사회성은 제도화된 전문적 분야와 그에 고유한 역사로부터 기인하기도 하나, 예술과 상품 사이 구분이 소비와 유통의 순환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듯 일상과 개인 등 더 작은 사회의 단위가 그를 영향끼치는 상호적이고 대등한 관계를 주장한다.
박론디의 소비자로서의 인생은 작가로서의 미적 감각뿐만 아니라 소재 선별과 구도, 그리고 재료와 제작 기법까지 관철한다. 그래서 그런지 응가이의 세 개의 미학적 카테고리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형태로 박론디의 작품에 나타난다. 빅토리아 시대 거실 벽에 걸려 있을 법한 액자 형태 속 그려져 있는 앙증맞은 구디핀 아이콘 시리즈는 작고 아담한 것을 소유하고 싶어하게 하는 cute를 나타내고, 루니 툰과 같은 20세기 초중반 미국 만화풍을 연상시키는 어디론가를 향해 맹목적으로 말을 타고 나아가는 카우걸은 무지막지한 목표들을 달성시키려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 zany와 닮았다. 그리고 값싼 폴리에스터 실크와 비즈 등으로 엮어진 퀼트 작품들은 작가의 개인적 서사를 직접적으로 서술하는 interesting한 요소로, 니쉬 마켓부터 대중문화까지 동시대인들이 공감하는 다양한 소재들로 혼재되어 있다. 또한, 박론디의 작업은 주체들이 비교적 신분과 지위 구분 없이 평면적으로 등장하고, 담백한 기록과 의사소통을 취지로 하는 고대의 벽화나 그림 일기를 떠오르게 한다. 앞서 말한 생산, 유통, 그리고 소비와 같은 활동에 도사리고 있는 사회 계층간 갈등을 표현하기도 하는 zany, interesting, cute 중 작가의 육체적 젠더와 연령에 맞게 권고되었던 여성과 유아의 정서를 거침없이 기록하고 드러낸다. 이에는 박론디가 소비한 제품과 문화 뿐만 아니라 본인이 구매자로서 산업에 의해 소비된 관점까지 내포되어 있다.
응가이의 미적 범주와 기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작가의 이미지들은 개인의 소유욕에 대한 일종의 모험담이다. 소유욕의 채찍질에 즉각적인 연쇄반응처럼 그는 절도하고, 달리다가, 내가 왜 이런 것에 끌리는지 현타가 오기도 하고, 좋아하는 것이 단종되거나 잃어버려 가슴이 미어지는 생이별을 경험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화자의 위치는 예술의 내부에서 외부로 향하는 표현적 방향과 선포적인 행위에 있어 보편적으로 적당 거리를 유지하는 관점이나 자본주의에 대한 역설적 비판이 아니다. 작가는 거시적 서사에 잠식된 수동태가 아닌, 현상 그 자체인 것이다. Zany, cute, interesting과 같은 소소한 순간들이 박론디의 정체성을 자각하게끔 하고, 또 그것을 의심없이 소화하고, 작업으로써 타인에게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고, 당신도 좋아할 것 같아 보여준다며, 일방적인 전달과는 다른 상냥한 색감과 뒷 배경이 투시되는 여린 붓놀림으로 절도까지 거침없이 고백하는 박론디의 작품은 단순한 차용과는 별개로 느껴지고, 용감하기까지 해보인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을 표현할 수 있는 제일 빠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소유이다.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만, 권력의 방향성을 상호적으로 감독하려는 박론디의 노력은 높낮이가 있는 구조 구축이 아닌 꾸밈없는 행복과 사랑을 찾고 향유하려는 꽤 단순한 이유에서 온다. 웰메이드 시계와 그것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리는 그는, 친구들을 위해 스크린 프린트 셔츠와 액자를 만든다. 그저 흥미롭고, 귀엽고, 엉뚱하다라고 밖에 직관적으로 형용하게 되는 애매한 뭉치들과 뉘앙스들을 신념으로써 전달하고, 그것이 사실 나를 매일 흔들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상품이든 예술이든 소유하고 유통되는 데 있어 소중한 창작물임과 동시에 이질적 육체를 공동체로 잇는 매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예술의 레퍼토리에서 “일상의 승화” 혹은 “재조명”이라고 얼버무리는 대신, “일상”이 구체적으로 왜 사소하고 하찮게 여겨지고, 전문성이 배제된 영역으로 분류됨을 따져보며, 주체(agency)가 없이 나약한 효과를 초래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순수 예술의 “숭고한 정신”과 “개념화”는 상업성에 반대된다고 여겨지며, 가정성은 역사 속 뿌리 깊은 젠더의 분리에 있어 여성과 아동의 부문으로 간주하는 데 있다. 응가이가 확고히 변호하는 연약한 미학의 카테고리들은 박론디에게 유년 시절부터 그의 주관성에 기여할 만큼 중요했고, 작가가 된 지금도 작품에 항상 등장하고 있다. 연약하다고 하지만 작가 입장에선 개인의 영역이나 참신한 상상을 침범하고 점령하는 너무 매혹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거부하고 의심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몸을 깊게 담궈 버리고 그것을 본인의 서사라고 자부한다는 것이, 우리의 관점을 뒤흔들 수 있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궁극적으로, 이 모든 것은 박론디가 퍼포먼스로 노래하는 박이소의 <정직성>(1996)의 가사로 귀결되고 있다.
따스함을 찾기는 어렵지 않아.
그냥 사랑하며 살면 돼.
진실을 찾는다면 그건 힘든 일이야.
너무나 찾기 힘든 바로 그것
정직성. 정말 외로운 그말. 더러운 세상에서
Honesty. 너무 듣기 힘든 말, 너에게 듣고픈 그 말.
글 : 오다인
Size: 100호 캔버스 3 개 390x160cm
Weight: 약 2kg
Material: Gouache, acrylic, ink on canvas with aluminium frame
Artist Detail
박론디는 시각 제작자이며, 비주얼에 관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
> 2018년부터 지금까지 북한과 한국, 미국의 이해관계, 한국 전쟁 이후 삶에 대한 태도, 견딜 만 하지만 힘든 아이덴티티, 소비와 욕망의 관계 그리고 개인과 집단과의 경계에 신경 쓰고 있다. 작업하며 특별히 주의하는 부분은 드러내지 않아도 서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 코로나 이후로, 실생활을 채우는 물건이나 이미지, 큰일을 도모할 수 있는 가능한 넓은 작업실로 이사하는 것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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