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 미술인플루언서
최근 모 기자와 ‘미술계 팔로워가 많은 작가’라는 호칭으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본인 조사로는 그래도 꽤 많은 편이 아니냐고 하시면서요. 모 선생님은 6-7년 전부터 저를 보실 때마다 ‘상호 씨가 미술계에서 팔로워가 제일 많지 않아요?’라고 인사를 건네시기도 합니다. 물론 제 세계 안에선 사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대화에서 제가 흥미로웠던 점은 그들이 설정하는 ‘우리’. 즉 ‘미술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설정하고 규정짓는가 하는 것입니다. ‘미술계’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지도 궁금하지만, 어디까지가 ‘미술’이며 우리가 인정하는 미술과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도 각자가 다르겠지요. 전시를 줄곧 열고는 하는 영화배우나 웹툰 작가는 미술인이 아니던가요? 그렇다면 그가 팔로워 수는 훨씬 더 많은 미술인일 수 있겠습니다.
인플루언서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면 미술 인플루언서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요? 어떤 작가가 ‘전 이런 물감 써요’라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다음 날 호미화방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여러분이 구하기 힘들어하시던 재료를 공구합니다’라며 공구 신청을 받아서 ‘팔이 피플’되고, 뒷광고로 돈을 받고 어떤 작가가 좋았다고 거짓으로 트윗을 올려 논란이 되고… 그래서 대국민 사과도 했다가… 그런 것일까요?
오래전부터 유튜브 해보라는 제안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일전에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자주 했던 탓도 있고, 학교 다닐 적 사회자 아르바이트나 예능인(오락부장!)으로 활약했던 것을 기억하는 친구들의 추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업과 분리될 수 없는) 내가 (작업으로) 유튜브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림을 그리면서 썰을 늘어놓거나, 그림의 과정을 빠르게 보여주는 영상을 쇼츠로 제작하면 되는 것일까요? 그런 콘텐츠도 고민해 봤지만, 작업 과정을 노출하거나 작업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떠드는 것이 제 작업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것은 디지털 공간을 ‘전시장’으로 바라볼 것인가, 내 작업의 ‘홍보 공간’으로 바라볼 것인가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올린 콘텐츠 자체가 내 작업이 되는 것과 내 작업은 아날로그 전시장에 있고, 그 작업을 홍보하기 위한 게시물의 차이 같은 것이랄까요. 두 개의 다른 콘텐츠 중 어느 쪽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저 자신은 디지털 공간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살려 작업 그 자체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 이유는 아무래도 제가 작업을 생산해 내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시든 출판이든 자신의 작업을 어디서건 내보이는 사람을 작가라고 불러야 한다면, (물론 저는 내보일 생각이 없는 사람도 작가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작가는 필연적으로 인플루언서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작업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하니까요. 그러니 내 작업 자체가 살아서 영향력을 미치거나 무언가를 전달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 외의 홍보 콘텐츠까지 생각하기에는 좀 여력이 없달까요.
다시 돌아가서 내 작업으로 유튜브를, 쇼츠를, 릴스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아날로그 회화는 아닐 것 같습니다. 아날로그 회화는 아날로그 전시장에 가장 최적화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영상이나 디지털 툴로 만들어진 무언가를 상상해 보게 되는데요. 그것이 전시장에서 틀어지는 영상과 어떤 지점들이 달라야 한다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됩니다. 자신의 전시장을 의식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의 편집이나 촬영 방식 같은 것 말이죠. 그러면서도 제 작업 주제를 동일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작업은 여전히 미술로 보일까요? 내가 속한 세계에서 말이죠. 혹은 내 작업의 연장선처럼 보일까요? 반대로, 그게 중요한가요? ‘작가처럼’ 보이는 것이나 내 자신의 ‘미술계’를 설정하는 것이요.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계속해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감각과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를 전달하여 영향력을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상호 @nemonannet
시각예술가. 아트디렉팅 회사 .PIC의 대표.
미술이란 동시대 혹은 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감각과 정서에서 발견되는 이미지의 정치학을 연구,조사하고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