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용 ─ 과거의 미래는 언제까지나 진화 중
반다이 초합금 50주년 컬렉션, 축적의 무게를 환기하다
모든 문화는 돌고 돈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건 반쪽짜리 진실이다. 그 문화 안에서 ‘사는 사람’, 즉 1인칭 행위자에게는 그렇다. 그러나 문화는 기억되고, 저장되고, 기술과 자본에 따라 기록된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3인칭 인식자의 눈으로 보면 그 유행은 단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단순한 원형이 아닌 상승하는 나선(spiral)을 본다. 과거로 돌아가지만, 같은 자리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매회전마다 높아지고, 겹쳐지고, 또 확장된다.
마치 프랙탈처럼, 눈은 은하계를 닮고 우리의 DNA는 시간을 품고 감각은 마침내 다시 무게를 갖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반다이 초합금 50주년 컬렉션이 있다.
‘초합금’이라는 말은 1970년대, 미래의 이름이었다. 무게, 번들거림, 금속의 감각. 아이들에게는 상상력과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로망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신소재가 범람하고, 디지털이 감각을 대체한 지금 이 단어는 시대착오적인 향수처럼 잊혔다.
2024년 BANDAI는 바로 그 무거운 감각을 정확히 50년의 주기에 맞춰 다시 호명해낸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복각이 아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정서의 진공 포장이고, 처음 보는 세대에게는 ‘왜 이게 멋있는가?’라는 감각의 충격이다.
그리고 그 중간 지점, 감각의 무의식 안에는 분명 존재하지만 한 번도 꺼내보지 않은 기억들이 숨어 있다.
Azuki Bar —
누구나 봤지만, 더 이상 아무도 즐기지 않는 성에 낀 팥 아이스바. 한입 깨물면 너무 단단하고, 어쩐지 슬로우템포 같은 맛. 하지만 지금의 속도에서는 오히려 가장 진한 알고있던 낯설음을 남긴다.
Tamagotchi —
1990년대의 플라스틱 정서가 2020년대의 디지털 페티시로 되돌아온다. 처음엔 장난감, 나중엔 수집품. 이제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잊히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 모든 것의 귀환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왜 하필 지금, 다시 돌아오는가?" 그 답은 향수도 아니고, 리바이벌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 감각의 퇴적 위에서 프랙탈처럼 나선을 그리며 진화하는 중이다. 초합금은 그 축적의 감각을 가장 무겁고 정확한 형태로 되살린다.
문화는 돌아오지 않는다. 계속 감아올라간다.
송태용 @wwwcy4nwww
창작을 ‘제도’가 아닌 ‘게임’으로 바라보는 기획자. 내러티브를 입힌 공간과 제품, 먹는 전시와 입는 언어를 만들어왔고, 예술과 기술 사이의 비가역적인 혼합을 탐구한다.
RPG 코스튬샵 KIZIP, 글로벌 아트 커뮤니티 갤러리 워터마크, 'Edible Idea'라는 슬로건으로 운영중인 브레드 읍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