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바느질 클럽 ─ 집요하게, 칸타스티치

죽음의 바느질 클럽 ─ 집요하게, 칸타스티치

칸타스티치(Kantha-stitch)

 

칸타는 바느질과 완성된 천을 모두 의미하며, 주로 동벵골(오늘날의 방글라데시)과 서벵골에서 시행되었고, Kantha는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공예품으로, 전통적으로 버려진 천에 부드럽고 사용감 있게 간단한 런닝스티치(홈질)로 레이어드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완성된 칸타 조각은 여러 줄의 스티치로 인해 일반적으로 약간 주름지고 물결 모양이며 양면이 디자인되어 양면이 동일하게 나타난다. 오늘날 칸타는 방글라데시 서부 벵골과 인도의 오디샤와 비하르 일부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다. 

Kantha는 헌 옷을 업사이클링하고 새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지만 종종 그것은 작품을 수놓은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기장 역할도 했다. 패턴은 종종 제작자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상징하며 착용자 또는 사용자를 악의적인 눈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칸타 스티치는 ‘홈질’이라는 바느질의 가장 기본 언어로 표현되지만 가장 밀도 있고 강렬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기법이다. 무념무상으로 좌우를 오가며 1mm씩 수 놓으며 매우 밀도 있는 질감을 만들어 낸다. 

칸타 스티치는 나무껍질의 결, 그루터기의 나이테, 강의 물결을 떠올리며 작업하기도 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켜켜이 쌓아 켜를 만들고 반복을 통해 결을 만들어내는 끈기와 인내 그리고 집요함의 작업인 것이다. 

칸타 스티치는 도안에 맞춰 의도를 담아 만드는 보통 자수와는 다르게 바느질하며 스스로 살아있는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한다. 이 점은 우리의 삶과도 닮아있다. 마음처럼 되지 않아 의도를 담을 수는 없지만 오히려 그 점이 내맡긴 채 바느질을 하게 만드는, 매우 명상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칸타 스티치는 바느질 그 이상의 무엇을 선사한다. 

 

작업 일지

 

2025년 1월의 겨울, 태국 치앙마이 공항. 한국에 눈이 많이 내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연착되었다. 우리는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한 공항에서 이곳저곳을 떠돌며 한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아이들 셋은 지루해서 견디기 어려워하지, 부모인 우리들 역시 아이들 기분을 맞추느라 진이 빠지지, 여행의 어려움은 늘 이렇게 예측하지 못하는 곳에서 생겨났다. 

그때 시작한 작업이다, 이번 작업은.

언제 어디서나 바느질거리를 들고 다니는 우리는, 언제든 바느질할 틈을 노린다. 그리고 약간의 틈이 보이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바느질을 시작한다. 이날도 그랬다. 지루함을 영상으로 달래는 아이들 틈 속에서 바느질을 시작했다. 무작정 빈 천을 하나 골라 바느질을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홈질을 반복했다. 마치 디지털 프린터기가 된 것처럼 홈질을 좌우로 위아래로 쌓기 시작했다. 점들이 모여 면을 이뤄냈고, 그 면들이 천을 채워가게끔 했다. 한 줌의 홈질이 어렴풋한 형상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탑승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나는 이 작업을 틈이 날 때마다 했다. 한번 붙잡으면 무슨 일이 생기기 전까지 멈추지 않았다. 몇 시간이고 내 손은 반경 30cm 안에서 포물선을 그리는 춤을 췄다. 바늘이 천을 통과하고, 그 지나간 자리를 실이 채운다. 차곡차곡 쌓인 실들은 파도가 지나간 모래사장처럼 무늬를 만들어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의미를 찾고 싶은 물결들이 쌓여갔다. 하얀 천 위에 파란 실들이 천천히 스며들며 형태를 드러냈다. 순간의 한 땀들이 모여 한 줌이 되고, 그 한 줌들이 켜켜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조용하지만 깊숙이 보낸 시간들이 쌓였다. 

그렇게 한 달이 걸렸다. 내가 무심코 잡은 천 한 장을 가득 채우게 되기까지. 

파란 실들이 하얀 빈틈을 보이며 천을 가득 메웠다. 평평했던 천은 주름을 갖게 되었다. 시간의 흐름을 머금고 나이를 드러내는 주름마냥, 시간의 흐름을 따라 켜켜이 늘어난 나이테마냥. 

모래 위에 남겨진 파도의 흔적이라 불러도 좋고, 꼬불꼬불한 계곡을 지나가는 물결이라 보아도 좋다. 할머니의 주름진 이마일 수도, 쭉쭉 자라난 나무의 결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시간을 잔뜩 머금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어쨌든 진한 몰입의 표식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칸타 작업 | 한군
글쓴이 | 복태

 

죽음의 바느질 클럽 @da_jojin_da

복태, 한군이 운영하는 치앙마이식 손바느질 무브먼트. 한국과 태국을 거점으로 한다.
버리는 것 없이 재단해 옷을 만드는 고산족의 지혜가 담긴 옷 짓기, 소수민족 고유의 자수, 치앙마이식 수선 등 손바느질로 가능한 다양한 영역들을 탐구하고 있다. 또한 창조적 의생활, 손쓰는 감각의 이로움을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활발히 워크숍과 전시를 진행 중이다. 
실과 바늘로 엮어갈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이어 다정한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