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예지 — 동시대 사진 현장 연구에 앞서
보들레르의 초상사진, 알부민 프린트, 9.5 x 7.5 inch, 1865년
(1)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과 동시대. 이 두 단어는 왜 이렇게 상극처럼 느껴질까. 바닷물은 온도가 다르면 한동안 층을 이루며 버티다가도 결국은 섞인다던데, 이 둘은 어째 좀처럼 섞일 생각을 않는 것 같다. 현대 예술로서의 사진, 현대 사진이라는 명패를 걸고 열리는 공공연한 행사들은 내게 큰 설득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을 꿰매 보겠다는 건, 실패를 예견한 채로 쓰는 일이다.
사진의 출발은 왜 이리 서글플까. 1859년, 보들레르는 이렇게 말한다. “사진이 예술의 일부 역할을 대신하도록 허용되는 순간, 그것은 대중의 어리석음과 손을 맞잡고 머지않아 예술을 완전히 대체하거나 타락시킬 것이다. Si on permet à la photographie de suppléer l’art dans quelques-unes de ses fonctions, elle l’aura bientôt supplanté ou corrompu tout à fait, grâce à l’alliance naturelle qu’elle trouvera dans la sottise de la multitude.”
보들레르가 사진을 사랑했는지 혹은 증오했는지 따위는 궁금하지 않다. 다만 사진을 찍지 않고도 무구하게 생성되는 이 시기에 되짚어봐야 하는 문장임은 확실하다.
사진이 생산되는 건, 언제나 예술보다는 시장 쪽에 가까웠다. 사진가로 산다는 이유로 AI 출현 이후의 위협을 느끼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데 글쎄요, 딱히… 말고는 떠오르는 대답이 없다. 사진은 언제나 위협과 위기를 쥐고 달려 온 예술이었기에 사진의 태생을 이해한 사람은 그 명예를 복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리라 성근 주장을 해본다. 사진을 내부에서 가장 정확히 의심해 온 이들은 사진가들이다. 한국의 오형근 작가는 어퍼쳐Aperture 매거진 서울 이슈 아티스트 토크에서 사진이 ‘나쁜’ 예술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나는 오형근의 사진이 (그의 지휘하에) 참으로 나쁘다고, 적절하게 나쁘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명쾌하게 채색하는 이들보다, 사진의 비대함을 내려앉게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하는 사람들을 신뢰하는 편이다. 사진 철학은 언제나 그러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오형근, 이태원 이야기: 럭키 클럽 앞 귀를 다친 소년, 1993년 1월
내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어디서 출발하는가. 인화지가 너절한 암실이다. 나의 고향. 은silver 없이는 쉬이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광학의 일이고, 젤라틴Gelatin을 사용해서 상을 정착시킨다는 점에서 육체와 살상의 일이다. 사진을 이야기하기 전에, 사진의 원론적 성격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어두운 곳에서 영속성을 잉태하는 건 의심이 필요한 행위인가? 그러니까 기록은 의심이 필요한 행위인가? 내 대답은 언제나 예, 다.

젤리, 1901년
서아프리카 문화권은 글과 기록이 생명을 종이 안에 가두는 행위라고 여겼다. 기억은 관계 안에서만, 이야기는 구전 안에서만 전해져야 한다고 믿었다. 젤리Jeli나 바드Bards로 알려진 그리오트Griots는 수 세기 동안 지역 사회의 구전 역사,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서아프리카의 전통적인 이야기꾼이다. 이들은 만데족, 풀라족, 하우사족, 송하이족, 투쿨루족과 같은 소수 민족의 작은 집단 안에서 산다.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오랜 원주민인 애보리진 일부 공동체는 기록이 추모가 아니라 방해라고 여긴다. 호주 방송사에서는 그들의 문화적 프로토콜을 존중하기 위해, 고인의 이미지나 목소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경고 문구를 삽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l y a des images malgré tout.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들은 존재한다.” –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
황예지 @yezoi
사진가. 사진웹진 더미덤피이미지 편집인.
수집과 기록을 좋아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그들의 습관 덕분에 자연스럽게 사진을 시작했다. 사진과 에세이,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을 다루며 개인적인 서사를 수집하고 있다. 개인전 《마고》, 《부족한 별자리》, 《수프 같은 것: 나는 아글라야 페터라니를 찾아가기로 한다》를 열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에세이집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과 『아릿한 포옹』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