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 캘린더 — 어쩌다 이끼까지: 모스 캘린더 네이밍 비하인드

모스 캘린더 — 어쩌다 이끼까지: 모스 캘린더 네이밍 비하인드

퇴사부터 모스 캘린더까지

- 유한결 운영, 파트너십


작년까지 수퍼톤이라는 스타트업을 다니다가, 더 나이 들기 전에 언더 씬을 위한 사업을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무모하게 퇴사했다. ‘직장 생활과 언더 씬 활동을 언제까지 병행할 수 있을지’ 불안감도 컸다. 퇴사 각을 재는 와중에 새결이와 뜻이 맞아 창업을 결정했다. 때마침 둘 다 오프라인 이벤트 관련 아이템을 고민하고 있었고, 언더 씬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같이 해왔기에 자연스럽게 이벤트 관련 기술 사업을 해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10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준비하고 있던 언더 씬 티켓팅 플랫폼은 사업성도 불투명하고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가 부족하게 느껴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해가 넘어가고 2월쯤 새결이하고 오피스에서 이번 주말엔 뭐 하는지 각자 얘기하다가 새결이가 캘린더를 보면서 (아마 acs이나 신도시에) 공연을 보러 간다고 했다. 새결이는 어렸을 때부터 쿨한 친구였어서 나는 그가 일정으로 저장해 둔 이벤트들이 무척 궁금해졌다.


서로 어떤 이벤트를 가는지 궁금한 마음과 한 곳에 이벤트를 모아 보고 싶은 마음을 합치니 ‘소셜 캘린더’라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마침 인스타 포스트를 AI로 처리해서 앱 이벤트로 등록하는 파이프라인을 테스트하고 있었기에, 이를 ‘캘린더 일정’으로 등록하는 경험을 설계했다. 앱 이름은 새결이가 제안하여 모스 캘린더(moss calendar)로 짓게 됐다.


이름 찾아 삼만리

유새결 디자인, 개발 


이벤트 관련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고민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을 즈음, 제대로 된 이름을 짓기 위해 아래와 같은 기준을 세웠다. 

  1. 누구나 읽고 발음하기 쉬울 것

  2. 우리가 하려는 일의 의미를 담되, 그 설명이 한 문장을 넘기지 않을 것

어감이 좋으면서도 의미를 명쾌하게 담는 이름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돌이켜보면 이런 이름을 찾는 과정, 특히 2번 조건에 부합하는 이름을 찾는 것은 곧 “우리가 하려는 일의 의미”에 대한 고민과도 같았다. 우리는 뭘 하려고 했던 걸까? 우리는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까?



처음에는 우리가 “언더그라운드 이벤트”를 다루는 서비스라는 것에 방점을 두었다. 그래서 말 그대로 “언더”스러운, 무언가 숨겨져 있고 거칠다는 의미가 있는 이름들을 생각했다. 


Tunnel, Scratch, Rough, Raw…


자꾸 테크노 클럽이나 펑크 매거진 같은 이름들만 떠올랐다. 테크노 클럽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는 좀 더 밝고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포용적인 분위기이기를 바랐다. 우리 서비스가 담고 있는 이벤트들이 “언더”할지라도, 서비스 자체의 이미지까지 꼭 어둡고 거칠어야 하나?



그래서 다음으로는 우리가 다루는 이벤트들이 “언더그라운드”하다는 것보다 “작고 소중하다”는 식으로 관점을 조금 바꿔봤다. 영어로 “cute”는 귀엽다는 의미도 있지만, “소중하다”, 혹은 “사랑스럽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기도 하다.


말 그대로 ”Cute events in Seoul”로 이름을 지으면 어떨까?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인스타 계정이나 블로그 같은 이름으로 귀여우면서 인기를 얻기 쉬울 것으로 보았다. 사실 이때만 해도 구상하던 서비스의 형식이 블로그에 가까웠기 때문에 이런 식의 이름이 트렌디하다는 생각도 있었다. (@cute.events.in.seoul 같은 느낌으로 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채택하지 않았다. “Events in Seoul”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확장하기 까다로울 것 같았고, 그걸 덜어내자니 “Cute”라는 단어만으로는 이미지가 너무 모호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우리가 하려는 일이 고작 이벤트의 “Cute”함을 다루는 것일까?



다음에는 조금 더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이벤트의 모습, 특히 DIY적인 특성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소규모 행사들은 정말 여러 사람의 순수한 마음이 모여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벤트 하나를 이뤄내기 위해 기획자, 아티스트, 베뉴, 스태프가 다들 조금씩 힘을 모으는데, 결국 이런 자발적 협력이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부분이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 고민했던 이름 중 기억에 남는 것은 Binder와 Epoxy다. Binder는 ‘흩어져 있는 낱개를 모으는’ 도구로서의 의미, Epoxy는 ‘서로 다른 요소가 결합하여 강해지는’ 특성이 좋았다. 둘 다 발음하기도 좋고 익숙한 듯 특이한 물건들인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 단어들이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지나치게 깔끔하면서 조금 차갑다는 인상이 들었다. 의미를 지키되, 이전에 포기했던 “Cute”함, 이벤트의 “사랑스러움”을 조금 더 잘 담아낼 수 있는 이름은 없을까?  우리는 고민을 이어 나갔다.



내가 좋아하는 이벤트 씬은 작지만 여기저기 퍼져 있고, 벌어들이는 돈이나 관객은 비교적 적지만 활기차고 오래 지속된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자연으로 눈을 돌려 찾아보기 시작했다.


곧바로 눈에 띄었던 것은 이끼였다. 이끼야말로 숲속에서 적은 양분과 수분으로 살아가지만, 숲의 바닥을 전부 덮을 정도의 강인한 생명력이 있다. 잘 안 보이는 숲의 구석구석에서 살아가면서 생태계에서 큰 역할을 묵묵히 해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랑말랑하고 귀여우면서 색깔도 예쁘다. 한 번 꽂히자 내 마음속은 이끼(moss)에 점령당하기 시작했고, 곧바로 스케치 작업에 들어갔다.


모스 오피스의 이끼

 

결정적으로 이끼(moss)를 채택하게 된 것은 시험 삼아 앱 아이콘과 로고를 스케치했을 때였다. 처음 그린 이끼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고, 직감적으로 우리 서비스에 꼭 필요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후에 모실이(mossili)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지금까지도 우리 모스 캘린더의 마스코트로서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모실이 스티커와 모스 캘린더 앱 아이콘

 

이름일 뿐이지만 실제로 ‘모스’라는 정체성이 지속적으로 서비스에 영향을 주는 듯하다. 모스 캘린더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나 디자인을 할 때 그 이름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절로 고민하게 된다. 이제 막 시작한 서비스이지만, 오랫동안 이끼다움을 지니고 성장하는 서비스로 잘 크길 바란다.

모스 오피스 파티

▷초대 코드가 있어야 가입할 있는 모스 캘린더, CAVALIFE 입력하고 이용해보세요.◁


모스 캘린더 @moss.calendar

모스 캘린더는 소셜 이벤트 캘린더입니다. 누구나 이벤트를 추가할 수 있고, 추가된 이벤트는 모든 유저에게 공유됩니다. 본인의 이벤트 일정 관리도 하면서 새로운 이벤트를 발견할 수 있는 앱이에요. 이끼(moss)처럼 유저들이 여기저기서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 참여자들과 편하게 소통하며 성장하고, 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형태의 기술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모스 캘린더에서 유새결은 디자인과 개발, 유한결은 운영과 파트너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