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나 — 꼭 이런 시스템으로 일을 해야 할까?
‘꼭 이런 시스템으로 일을 해야 할까?’ 브랜드 디자이너로 회사를 4-5년 다녔을 무렵,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이 재미없다거나, 회사의 시스템에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좋은 회사에서 훌륭한 동료들을 만났다. 그럼에도 계속 ‘일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는 감각이 남았다. 조직 안에서 반복되는 소모적인 대화, 사내 정치, 커피챗을 빙자한 사적인 이야기 등이 조금씩 나를 지치게 한 것도 사실이다. 못하는 걸 억지로 잘하려 하기보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고 싶었다. 조금 더 유연한 환경에서, 주체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싶었다.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독립했다. 혼자 일하며 몸은 열 배로 힘들었지만 마음은 열 배로 즐거웠다. 클라이언트와 같은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과정,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밤새 논의하고 설득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질수록, 일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혼자 일하며 두 가지를 분명히 깨달았다. 나는 신뢰로 이루어진 관계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브랜딩은 결코 혼자 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NA1이라는 그룹을 만들었다. 직원을 채용하거나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형태가 아니라, 프로젝트 중심으로 움직이며 각자의 분야에서 리딩할 수 있는 파트너들과 유기적으로 협업한다. 누가 언제 어떤 형태로 합류해도 일이 굴러갈 수 있도록 NA1만의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나는 디자이너와 일할 때는 디렉터가 되고, 기획자와 일할 때는 디자이너가 된다.
NA1에서 하고 싶었던 것은 업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일이었다. ‘개인의 성장이 곧 팀의 성장일까?’, ‘각자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일까?’, ‘주체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삶과 일을 양립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말하는 퀄리티란 무엇일까?’,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할까?’ 같은 질문들이다. 대단한 그룹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포부는 없다. 언젠가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혀 회사라는 틀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은, 클라이언트와 파트너 모두와 함께 오래, 즐겁게, 자주 행복하며 일하고 싶을 뿐이다.
NA1은 여전히 실험 중이다. 완성된 형태도, 정해진 모델도 없다. 다만 우리는 어떻게 오래 일할 수 있을지, 삶과 일을 어떻게 함께 지속할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한다. 브랜딩은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자, 사람이 만들어가는 일이다. NA1은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로 일하고, 어떻게 관계 맺는지를 드러내는 장치다.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사람들과 오래 함께하고 싶다. 그런 마음을 가진 이들이라면 언제든 NA1의 문은 열려 있다.
나하나 @naaahaaanaaa
‘NA1 Creative Group’의 디렉터. 브랜딩을 기반으로 기획 및 전략, 비주얼라이제이션, 아트 디렉팅,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전략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NA1(엔에이원)을 운영한다. 일 잘하는 숨은 고수들을 발굴해내는 것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