뭎 — 정처 잃은 발걸음들의 방 01
우리는 주로 여기서 공연을 했다. 광활한 로비, 드넓은 역사, 끝도 없어 보이는 복도. 언뜻 보면 우리가 만들고 있는 공연이나 전시를 하는 데 적합한 공간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별한 목적이 없고 애매하며, 십 분 전과 십 분 후, 두 시간 전과 두 시간 후가 크게 다르지 않은 장소들(여기에선 시간이 늘 일정하게 흐른다).
실제로 우리 역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여러 가지 불가피한 사정과 이유로 이런 공간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아니 여기서 뭐 어쩌라고? 이렇게 어벙벙한 공간에서 뭘 만들라는 거지? 난감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공간들의 없는 장점들을 찾아보려고 발버둥 치듯이 노력했다. 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던가? 어쨌건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엔 보이지 않던 것, 느껴지지 않던 것, 사람들이 크게 관심 가지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찾아지기 시작했다.
오버 더 월
하루는 미술관 로비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종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도 여기서 하루 종일 앉아서 시간만 축내다가 문 닫으면 집으로 돌아가겠지 하고 말이다. 멍하게 있던 머릿속 정적을 깬 건, 저기 멀리서 아이 한 명이 소리를 지르며 로비를 가로질러 뛰어간 순간이었다. 잠시 후, 커다란 캐리어 가방을 끌고 두 명의 여성이 지나갔으며, 아빠가 아이를 안은 채 유모차를 끌고, 갑자기 미술관 관계자들인 듯 보이는 무리가 호기롭게 웅성거리며, 단체 관람객 무리가 시끄럽게, 미화원으로 보이는 분들이 빨랫감이 가득 든 커다란 자루를 질질 끌며, 사랑하는 커플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이, 바퀴가 달린 신발을 신은 사람이 빠르게 뒤를 이었다. 눈앞에서 엄청나게 많은 장면이 생겼다가 사라졌고, 그때마다 그 뒤에서 지금껏 한 번도 인지하지 못했던 엄청나게 거대한, 미술관의 흰 벽이 드러났다.

뭎 Mu:p @_mu_p_
퍼포먼스의 속성과 연결되는 형식적 고민으로부터 현실과 끊임없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며, 소외되고 배제되며 계속해서 방향을 잃어버리는 가장자리의 감수성을 촘촘하게 조직된 시간과 공간으로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