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나 — 음악경험 일기

조한나 — 음악경험 일기

26년 4월 모일. 유튜브 코첼라 채널에서

 

 

과도한 음악 놀이는 하루라도 어릴 때 하는 것이 맞다. 밤새 정력적으로 파티를 누리고 새벽 첫차를 타던 그 당연했던 날들이 어제 같아도, 오늘의 나는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켜는 것도 귀찮다며 툴툴대고 있다. 유튜브라고 하는 공공의 인터넷 영역에서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음악들이 올라오는지, 어제 작은 클럽에서 녹화된 무명의 인디 밴드 공연부터 유명한 팝스타의 내한 공연까지 풀버전으로 업데이트하는 누군가의 부지런함 덕에 과도하지 않아도 적당한 음악 놀이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코첼라 보는 나

 

그중 지상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이자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집결지인 코첼라 페스티벌의 유튜브 공식 계정에는 매년 큰 빚을 지고 있다. 코첼라 밸리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은 지구에서 제일 비싼 입장료를 받는 페스티벌 중 하나로 그 예산 중 일부를 유튜브 무료 중계에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값비싼 음악 공공재는 드물 것이다. 코첼라 시즌은 페벌러들의 합법적 방구석 메뚜기철로, 매 채널마다 진행되는 음악가의 공연은 랜선을 타고 전 세계 누리꾼들의 핫 토픽이 된다. 


올해 코첼라의 핫 토픽은 역시나 저스틴 비버의 토요일 헤드라이너 공연이었다. 금요일 헤드라이너 공연이었던 사브리나 카펜터의 블록버스터급 무대 장치로 이루어진 ‘할리우드 드림스 컴 트루’ 무대와는 180도 달랐다. 조촐한 세트에 움직임이 거의 없이 자신의 과거 유튜브 영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관객과 함께 부르는 그를 보며 처음에는 굉장히 의아했고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고 다시 생각하며 친구와 이야기하고 나니 그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공연이라는 것에 납득했다.

 

그러고 보면 헤드라이너라는 왕관은 언제부터 무거워지기 시작한 걸까? 궁금해진다. 역시 비욘세 때문인 걸까(농담이다). 특히 코첼라에서 더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건, 기간 내 보도된 코첼라의 예산 규모와 출연료 때문인 것 같다. 매년 무섭게 상승하고 있는 페스티벌 예산과 그중 제일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가의 섭외비용 그래프를 보면, 괜히 자본주의통이 와서는 가심비를 책정하게 되는 것이다. 출연료를 크게 쏘는 대신 무대를 꾸리는 것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음악가의 프로덕션팀에게 맡긴다는 것을 생각하면 성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왕관의 적임자라는 것이 실시간 관람자 수, 트렌드 순위와 트래픽 수치로 증명되는 것이라면, 방구석 실시간 온라인 음악 놀이를 통한 각종 이야기들이 저스틴 비버에게 베팅한 1000만 달러 출연료의 가치를 증명한 셈이니, 괜히 농락당한 것 같은 기분도 드는 것이다.

 

Joost Klein의 비버 소환

 

How Much Did Coachella Artists Earn? (2026 Estimates)
출처: IG @kidstakeover / 틱톡 @wolframbusiness

 

음악 세계에는 대중이 팝스타를 만들기도 하고, 음악가가 듣는 사람을 선택하기도 하는 묘한 뫼비우스의 띠가 존재한다. 그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자각한 나 같은 사람은 어디에서 시작했고 무엇이 먼저였는지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그저 유행과 큐레이션이 흐르는 대로 해탈하고 표류하게 된다. 굳이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음악 듣는 것이 의무 같아서 즐겁지 않다.

 

코첼라(혹은 대부분 음악 이벤트)의 중요한 태도는 우리가 제공하는 음악과 퍼포먼스가 제일 좋고 즐겁다고 관객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다. 첫 코첼라가 열린 1999년부터 지금까지 25회차의 부킹 흐름을 톺아보면 록 밴드를 중심으로 프로그래밍했던 라인업이 팝과 EDM 장르의 음악가로 옮겨가고 영미권에서 라틴, 아프리카, 아시아 음악가까지 범위가 넓어진다. 언젠가부터 코첼라 팀이 취해 온 "새로운 지역 시장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를 한 팀씩 올린다."라는 전략은 전 세계의 팬덤과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사막 한가운데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오아시스를 만들어 대중 음악 시장 중심이 미국임을 엔터테인먼트의 정점으로서 증명한다. 지난 몇 년간 배드 버니와 블랙핑크가, 올해는 캐롤 G가 헤드라이너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각 문화를 대표하며 국기를 펄럭인 것처럼, 이번 코첼라 최고의 바이럴 반응을 이끈 필리핀의 걸그룹인 BINI가, 혹은 또 다른 미지의 음악가가 미국 주류에 편승하여 코첼라 혹은 다른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가 될 수 있을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유명한 것으로 유명하게 만들 수 있는 하입력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기에, 코첼라라는 불판 위에서 음악가는 좋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평가받을 것이다.


코첼라가 음악가의 커리어에서 더 넓은 음악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계기가 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코첼라가 2011년 처음으로 유튜브 중계를 시작했을 때 봤던 칸예 웨스트의 혁신적인 공연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고, 12년 닥터 드레와 스눕독이 투팍 샤커를 3D로 소환하며 뉴스와 인터넷을 도배했던 것도, 18년의 베이첼라는 코첼라 역사에서 최초 흑인 여성 헤드라이너로 오른 비욘세가 팝 뮤직이 밴드 뮤직을 초월했음을 증명한 순간으로, 22년 프랭크 오션 대신 올랐던 TBA(포 텟+스크릴렉스+프레드 어게인..)의 스테이지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확실한 주류가 됨을 선언한 것까지 나는 참 쓸데없이 코첼라에서의 많은 순간을 기억하고 있구나 싶다. (06년 다프트 펑크와 마돈나의 공연은 일렉트로니카와 팝 장르 음악가가 더 큰 스테이지에서 공연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영원히 회자될 것이다.)

 

Madonna, 2006-2026

 

2016년 에픽하이가 한국 그룹으로서 최초로 코첼라에 출연했던 것(과 22년에 재출연한 것)도, 혁오와 잠비나이가 블랙핑크와 같은 19년에 공연했던 것도, 그 이후부터 한국 음악가가 매년 출연한 것과, 페기 구와 예지의 비트가 관객을 움직이게 한 것도, 그리고 올해 빅뱅의 공연 중 대성이 트로트를 부르며 새로운 기세를 보여준 것까지, 케이팝으로 대표되는 한국 음악의 세력 확장에서 코첼라의 순간은 언제나 하이라이트였다. 코로나 이후 블랙핑크가 23년 코첼라 헤드라이너로 발표된 순간부터, 우리는 세계의 명망 있는 페스티벌에 팬덤과 개성이 확실한 한국 음악가의 라인업을 더욱 쉽게 볼 수 있다. 

 

케이팝은 기세다

 

코첼라 같은 페스티벌 뿐만 아니라 각종 음악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크고 작은 퍼포먼스가 조각처럼 모이고 또 담론을 팽창시킨다. 나는 이 유튜브 쇼케이스 엑스포에서 한 번의 탭으로 전 세계를 관람할 수 있지만, 결국 마지막 감상은 ‘더 나이가 들기(죽기) 전에 좋아하는 음악가의 라이브를 현장에서, 멀찍이라도 서서 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수렴한다.


기술의 발달은 원하는 정보에의 접근을 쉽게 만들었지만, 반대로 어려운 경험을 욕망하게 한다. 환율과 국제 정세를 이유로 현실에 쫓기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지만, 나의 목표는 세계의 클럽과 페스티벌에 갈 수 있는 체력과 추진력을 갖춘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물론 하루라도 어릴 때 가는 것이 좋겠으나 나이가 들어도 가질 수 있는 목표가 있는 것도 좋겠다.

구인: 30년 뒤 페벌 같이 갈 쿨 그랜마

 

부록: 나의 2026 코첼라 관람기록

 

올해 코첼라에서 좋았던 공연 참 많고 많았다. 2주간 풀셋을 기준으로 챙겨본 음악가를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관심 있는 음악가의 라이브 중계는 1주차에 대부분 확인했으며, 2주차에 추가 탑승한 음악가는 공계에 업로드된 클립을 보고 놓치면 안 될 것 같아 체크했다. 라이브 클립만 본 음악가는 추가하지 않았다. 모하비 스테이지의 공연들이 제일 취향이었고, 24시간 내 리플레이 기능을 십분 사용하여 틈틈이 돌려봤다.


 

코첼라

1/2주차 중계 모두 탑승

1주차 중계만 탑승

2주차 추가 중계 탑승

금요일

Slayyyter, Joost,

The XX, Turnstile

KATSEYE, Ethel Cain, Blood Orange, Dijon, Ninajirachi

Sabrina Carpenter, Moby

토요일

YOUSUKE YUKIMATSU, 태민, Pinkpantheress, Geese

Addison Rae, Justin Bieber

Nine Inch Noise

David Byrne, The Strokes

일요일

Oklou, FKA Twigs

Little Simz, Jane Remover, Major Lazer, 빅뱅

Wet Leg, Iggy Pop,

Sara Landry, Kaskade

 

코첼라 풀셋 공개를 기원하는 다섯 음악가는 아래와 같다.

 

1.  슬레이터Slayyyter – SLAYCHELLA!!! ‘WOR$T GIRL IN AMERICA’는 이미 나의 2026 AOTY다. 기대했는데 공연은 더더욱 좋았다. 일렉트로팝 최고!!! 

$LAYCHELLA

 

2.  요스트Joost – 맨몸으로 나와서 유쾌한 공연을 했는데 레이블, 프로모션 없이 올라갔다는 것이 충격적.

3.  사브리나 카펜터 Sabrina Carpenter – 코첼라로 쓴 드라마의 떡밥 회수와 마돈나의 출연까지 완벽한 연출.

4.  모비Moby – 코첼라의 처음과 함께한 그 음악가의 슴슴해도 깊은, 아는 그 맛. 혼자 맛보기 아쉽다.

5.  에프케이에이 트위그스FKA Twigs – 그녀의 14년 음악 인생이 집결된 바디하이. 그 에너지 다시 느끼고 싶다.

각종 내한 환영

 

나의 알고리즘의 체감상 가장 반응이 많았던 공연을 꼽아보자면, 위켄드 1에서는 금요일의 슬레이터와 위켄드 2에서는 토요일의 더 스트록스였다. 전자는 올해 가장 순수하게 좋아하는 음악가의 공연이었기 때문일 것이고, 후자는 저스틴 비버 직전의 메인 스테이지 음악가로서 시니컬한 기조의 MC와는 대조적으로 과격하게 끝맺은 마지막 퍼포먼스 때문일 것이다. 슬레이터는 2주간의 코첼라 공연 이후 스트리밍 지수가 380% 상승했다는 기사를 보았고, 더 스트록스의 경우 저작권으로 게시가 막혔던 셋리스트 마지막 곡의 VCR이 죽지도 않고 회생되며 불타올랐다. 6월에 발매될 새 앨범과 여름의 일본 페스티벌 출연 결정으로 혹시 모를 내한도 기대하고 싶다.

 What side you standing on...

 

그리고 내 평생의 별인 데이비드 번 옹의 내한이 결정되며 그의 코첼라 클립을 다시 찾아보았다. 이 대사가 참 마음에 오래 남았는데, 8월에 예정된 그의 공연에서 직접 들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우선 피켓팅에 성공해야겠지만.


“얼마 전 배우이자 감독인 존 캐머런 미첼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그는 사랑과 친절이 지금 가장 펑크적인 행동이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좀 혼란스러웠어요. 시끄럽고 분노에 찬 음악에 사랑과 친절이라니 싶었고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가 깨달았죠. 맞아, 그의 말이 맞다고. 사랑과 친절은 저항의 형태인 것을요.”

매번 신세 집니다

조한나 @chomanna

서울레코드페어 사무국장. “음악! 네가 좋아.. 근데! 니가 너무 싫어.. 하지만! 사랑해.. 그러나! 미워해.. However! 알고 싶어.. But! 모르겠어.. Nevertheless! 너와 평생 함께하고 싶어... 진짜 마음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