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나 — 설명되지 않은 불행이 닥칠 때

하미나 — 설명되지 않은 불행이 닥칠 때

최근 나는 세 번째 단독저서인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를 펴냈다. 최종적으로 채택된 책의 제목은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였지만 몇 개의 후보가 더 있었다. 내가 밀었던 것은 “도착하지 않는다”. 또 가제로 쓰이던 “진리를 찾아서”도 있다. 두 제목에서 전해지듯 이 책은 앎의 여정을 완료 가능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진리의 발견”이 아니라 “진리를 찾아서”라는 건, 무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 어떤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거나 이론이 완결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해서였다. 말하자면 뭔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늘 상태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씻어야 하는 것처럼,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매일 새롭게 점검해야 하는 것. 안다고 확신하는 순간 인간이 오히려 위험해진다는 걸, 전쟁에 관한 소식이 매일 들려오는 일상 속에서 체감하던 참이었다.

 

계엄을 겪으며 생각했다.

‘앞으로 우리는 더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게 되겠지. 기후 위기가 심화되어 자원이 부족해지고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이 줄어들면, 서로를 적극적으로 파괴해야 한다고 부추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겠지. 가짜뉴스가 퍼지고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특정 관점만을 강화하기 시작할 때, 신중히 판단할 만한 시간도 정보도 체력도 없을 때, 생존에 위협을 느낀 사람들이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판단을 권위자에게 적극적으로 위임하기 시작할 때, 힘과 정보를 독점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분노를 부추길 때, 그때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어두운 미래를 상상하며 정신의 근육을 단련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책을 썼다.

 

책을 쓰면서 가장 놀랐던 순간이 있다. 마녀사냥이 현재에도 진행 중인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을 때다.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가나, 네팔, 인도와 같은 나라에서였다. 관련된 뉴스를 전혀 접한 적 없어 몰랐고, 알게 된 이후에 검색해보아도 아주 작은 언론사나 국제 기구에서 간략히만 언급될 뿐이었다. 나는 2017년부터 2025년까지의 사례 중 온라인으로 확인 가능한 것들을 아주 일부만 선별해 별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책에 실었다. 세 개의 사례만 소개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온라인으로 확인 가능한 것들을 일부 선별해 별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책에 실었다. 

 

탄자니아 집단학살(2017년 상반기):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소재 법률인권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에만 최소 115명이 마녀 혐의로 동네 주민들에게 살해되었다.1) 이 중 79명이 여성이고, 피해자 대부분은 ‘붉은 눈’을 가졌다는 이유로 마녀로 몰려 희생되었다. 인권 단체는 이 여성들의 눈이 붉어진 이유는 대부분 요리할 때 부엌에서 나는 연기 때문인데, 일부 사람들이 이를 마녀 됨의 증거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부 타보라 지역 운도모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마녀로 의심되는 여성들을 집단 구타하여 살해한 뒤 시신을 불태우는 사건도 있었다. 아프리카의 마녀사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온 인류학자 시미언 메사키는 “마을 사람 대부분은 사법 체계에 신뢰를 갖지 않는다. 그래서 흉작이나 누군가의 죽음이 있으면 그 원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죽여버린다”라고 설명했다.

 

네팔 다딩구 노인 학대 사건(2018년 11월): 네팔 다딩구(區) 시드히렉에서 72세 여성 노인이 마녀로 의심받아 심한 구타를 당하고 소의 똥오줌을 강제로 먹는 극심한 학대를 당했다.2) 피해자는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조사 결과 11월 14일 한 마을 주민이 발작 증세를 보여 샤먼 세 명을 불렀는데, 그들이 피해 여성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주민들의 폭행이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튿날인 11월 15일 가해자 네 명을 체포하고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가나 카파바 마을 린치 사건(2020년 7월): 로이터 통신은 2020년 7월 가나 사바나 지역 카파바 마을에서 90세 여성이 마녀 혐의로 군중에게 린치를 당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3) 사건은 지역의 한 주술사가 그를 마녀라고 지목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일은 국제 인권 단체의 비판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가나 의회는 마녀사냥 범죄를 엄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인권 단체들은 가나에서 주로 노년 여성이 마녀로 지목되어 내쫓기거나 공격받는 사례가 반복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들여다보면, 이런 일은 설명되지 않는 불행을 공동체의 누군가가 악의로 번역할 때 벌어진다. 갑작스럽게 누군가 죽거나, 질병이 돌거나, 가축이 폐사하거나, 흉작이 도는 등과 같은 사건이 생기면 사람들은 설명을 원하게 된다. 이때 공동체의 치유자, 점술가, 종교 지도자 등이 원인을 해석하는 권위를 갖게 된다.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평소 루머와 가십, 질투와 복수, 탐욕이 뒤섞인 채 눈엣가시 같았던 존재가 “불행의 원인”으로 지목되면 사람들은 달려가 그를 “처벌”한다.

마녀가 다른 마녀를 처벌의 대상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마녀, 주술사, 점쟁이 등은 공동체에서 사람들을 치유하고 중재하는 영적 권위자들인데 같은 공동체 안에서 이들 간의 권위를 둘러싸고 직업적 경쟁이 존재할 때 평소 경쟁자였던 상대를 치유자에서 해를 끼치는 자로 재분류하는 것이다. 

피해 여성 대부분은 고령의 여성, 과부, 혼자 사는 여성, 자녀 없는 여성이다. 이들은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어렵고 또 재산 상속과 관련해 갈등의 표적이 되기 쉽다. 특히 사법 체계가 신뢰를 잃을 때 이러한 사적 심판이 벌어지곤 한다.

 

마녀사냥의 가해자들은 악의를 가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들은 오히려 마녀에게 악의가 있다고 믿고 마녀를 공격했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정의로운 것이라고 믿었다. 첫 번째로 소개한 탄자니아의 사례에서처럼, 이들은 마녀사냥의 피해자들에게서 마녀 됨의 증표를 직접 목격하기도 한다. (“마녀들은 ‘붉은 눈’을 가졌다.”)

정의의 이름으로, 권위자의 승인을 받아, 직접 그 증거를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기까지 한 사적 처벌. 그러나 하필 공격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평소 눈엣가시였던, 나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공격해도 방어할 힘이 없는 여성. 사람이 사람을 파괴하기 위해 어디까지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다 보면 나는 불완전하게 느껴졌던 법과 제도가 그나마의 최선이란 걸 수긍하게 된다.

가나 북동부 감바가의 마녀수용소. 마을 사람들이 마녀라고 믿는 사람들, 특히 노년 여성들을 강제로 데려가 무기한 수감시키는 곳이다. (출처: Wiki Commons)
같은 같은 문제로 마녀로 몰려 마을에서 추방당한 Tindaanzee 수용소의 수감자들. (출처: Wiki Commons)

1) Kizito Makoye, “Over 100 Tanzanians Killed for Witchcraft Since January,” Anadolu Agency, July 31, 2017, updated August 2, 2017, https://www.aa.com.tr/en/africa/over-100-tanzanians-killed-for-witchcraft-since-january/873429.

2) “72 Years Old Woman Beaten on Charge of Practicing Witchcraft,” myRepublica (Kathmandu, Nepal), November 19, 2025, https://myrepublica.nagariknetwork.com/news/72-years-old-woman-beaten-on-charge-of-practicing-witchcraft.

3) “Witchcraft Accusations in Ghana Could Be Banned by New Law,” Reuters, July 28, 2023, https://www.reuters.com/world/africa/witchcraft-accusations-ghana-could-bebanned-by-new-law-2023-07-28/.

 

하미나 @heresmina

작가. 베를린에 거주하며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아무튼, 잠수』와 다수의 공저를 썼다. 한국어로 시를 쓰는 여섯 명의 시인들로 구성된 텍스트-사운드 퍼포먼스 팀 메아리조각의 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