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화 — 부산이 니끼가: 내가 대여한 스틸컷

문주화 — 부산이 니끼가: 내가 대여한 스틸컷

나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부산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바다를 원 없이 보고 자랐고, 사주에 불이 많은 탓인지 지금도 일주일 이상 물가로부터 격리된 도시생활을 하면 성격이 급속도로 고약해진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바다에 가는 것이 큰 결심이라는 것, 차마 갈 수 없을 때는 유튜브 속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라는 것을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되었다. 나는 수평선과 윤슬에 매혹된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릴 수 있다. <녹색 광선>(1986)의 델핀느가 일몰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녹색의 빛을 열망했다면, 나는 날씨 좋은 날이면 해운대 수평선 너머로 어렴풋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대마도를 바라보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상상하곤 했다. 해운대, 광안리, 송정, 다대포, 기장, 영도, 이기대 등 부산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는 해수욕장과 항구, 어시장 등으로 쪼개져 고유한 생태와 상권을 갖추고 있다.

 

부산이 나에게 주는 특권은 친구들에게 그럴싸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취미이자 특기는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바닷가를 탐색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베푸는 오지랖은 아니다. 친애하는 사람의 직업, 관심사, 최근에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곳을 선정하고 차의 조수석에 태운다. 영화를 대표하는 장면들을 일컫는 스틸컷처럼, 나는 부산에 대한 최선의 스틸컷을 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하지만 스틸컷은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기능을 할 뿐이다. 영화의 결정적 장면, 혹은 엔딩 숏은 오직 극장의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듯, 가이드로서 나의 역할은 조수석에 앉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아름다운 장면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들이 부산의 낯선 새로움에 경탄하며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동안, 내가 하는 일이란 그들의 옆모습을 말없이 훔쳐보는 것이다. 그들이 부산의 이미지를 저장할 때, 나도 그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마음속에 저장한다. 그들은 모를 것이다. 그 표정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렇게 내가 주도하는 부산 투어는 대체로 광안대교 위에서 아키모토 카오루의 ‘Dress Down’을 함께 들으며 절정에 이른 후, 부산역에서 다음을 기약하는 배웅과 함께 끝을 맺는다. 그들은 새로운 부산을, 나는 그들의 들뜬 옆얼굴을 얻은 후, 일상으로 복귀한다. 그렇게 한도와 금리 없는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할 때마다, 부산의 스틸컷을, 바다의 아름다운 장면들을 훔쳐 왔다. 부산의 바다는 한 번도 내 것인 적이 없었지만, 사실은 그 누구의 것인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곳은 그 어떤 소유물보다 내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장소이다. 나의 몇몇 우정은 부산 바다의 윤슬을 담보로 체결되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상한 뉴스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부산의 이기대에 퐁피두센터 분관을 유치한다는 것이다. 이기대는 부산의 해안가 중에서도 사람의 손길이 비교적 닿지 않은 곳이다. 영겁의 시간을 간직한 자연 위로 매끈한 건축물을 세우는 것이, 자원의 훼손이 도시의 발전과 직결된다고 믿는 불도저식 사고방식에 우선 의문이 든다. 또한, 해외 미술관의 휘장을 빌려오는 대가로 건설비 천억 원, 연간 운영비 120억 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숫자에 어두운 나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당선 전 유세 현장에선 시민들의 한 표가 소중하다며 거리로 나와 호소했던 이 프로젝트의 기획자인 부산시장은 시민・예술단체의 집단 반발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투표용지에 찍힌 도장과 반대 서명의 무게는 어째서 다른 것인가. 그는 요즘 유행하는 회피형인 것일까. 최근 시민단체가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하면서, 계획은 흐지부지되고 있다. 부산의 자연을 언제나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다는 황송함 속에 있는 나로서는, 도시를 자신의 것이라 믿는 것 같은 정치인의 오만한 자신감이 가끔은 부럽다. 한편, 택시는 실시간 여론을 확인할 수 있는 이동식 게시판이다. 최근 부산 만덕-센텀 대심도 개통으로 정체가 더 심각해진 도로 안에서, 기사는 온갖 욕을 해대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산이 지끼가?‘(해석하자면, ‘부산이 당신의 소유물입니까?’ 정도가 된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질문이 향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의 대답을 기다린다.

 

문주화 @himooncoin

영화평론가. <씨네21>에 주로 글을 쓴다. 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영화에 대해 쓰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