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마 — 마터, 작업이야?

보마 — 마터, 작업이야?

104

Exposed Collapse of Judith

 

Geranium, Patchouli, Frankincense, Grapefruit, Musk, Almond, Oak, …...

 

주디스는 지금까지 자신이 받은 사랑이 거짓이었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는 감정들, 이를테면, 배신감, 수치심, 실망과 같은 것들을 잡아두려 애쓰지 않습니다. 그는 그저 완전히 변신하기 위해 자신이 무너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Judith realizes that all the love she has received until now was a lie. Yet she makes no effort to hold on to feelings such as betrayal, shame, or disappointment. She simply exposes herself in collapse, in order to transform completely."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듣고 대답하는 질문이다. 다양한 매체를 따라 작업을 전개해 왔고 그 중 향은 다른 감각과는 구별되는 특별한 면모가 있어, 내가 ‘서비스’할 수 있는 매체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업이야, 사람들이 작업으로 보더라고, 사업이야, 사업으로 시작한 건데 작업과 연결돼, 사업이지, 작업인가? 


분명 사업으로 시작했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사업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데도 위와 같은 질문을 받고, 사업의 언어를 빌려온 작업으로 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내가 하는 게 작업인가? 떠올리기도 했다가 이제는 미술 실천 한 부분이 브랜드의 이름으로 귀결되었고, 그 실천의 장르나 분야가 어쩌면 모호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나의 예술 실천이 한편으로 자본·교환·서비스의 언어 자체를 재료로 삼아왔고, 여러 가지 정체성을 경유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헷갈리게 됐지만 ‘그럼에도’ 사업이지 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건 일종의 윤리의식 같은 것이지, 사업이 뭔지 예술이 뭔지 정의하라고 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다만 그 간극이란 스펙트럼의 형태에 가깝기에 뭐가 뭐다 나눠서 이야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되긴 어렵다고 본다. 그럼에도 ‘사업’이 예술 실천의 매체가 될 수 있을까? 향을 만들어 판매하다가 예술이 되는 것과, 예술을 하다가 향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무엇이 다른 걸까? 마터를 경유한 조향 작업을 통해 만드는 표현, 감각, 실체는 어느 장에 놓이게 되는 걸까.


마터는 향과 텍스트를 주 콘텐츠로 서비스한다. 향을 섞으며 이를 따라가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캐릭터와 그 캐릭터의 이야기가 그냥 저절로 그려져. 그리고 나는 이 실습 속에서 매우 자유롭다고 느낀다. 틀 없는 자유는 없지. 이 작업은 미술 실천에서 내가 머리를 쓰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종종 스스로 작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제 작업은 꽃이 예뻐서 꽃을 그리는 그런 건데 이제는 꽃을 그냥 그리기만 하는 미술언어는 효용이 없기 때문에, 그 위계를 살피고자 역설적으로 복잡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어떤 장인적인, 순수한 노동집약적 기술과 그 미학의 카타르시스 같은 것은 아니고, 그 차원은 후감각의 특성과 연관된다. 냄새는 변연계를 거치지 않고 뇌를 바로 자극한다. 언어화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설명되기 전에 도달하고, 해석되기 전에 남는다. 의미를 배반하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위 네 문장은 챗 지피티의 말이다.)


“104를 완성하고 음미하며 처음에는 주피터, 그리고 주디스라는 이름을 차례로 떠올렸다. 얼굴도 서사도 없는 움직이는 추상회화 같은 시퀀스가 펼쳐지고 나는 주디스가 씁쓸한 감정을 드러내며 무너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어디에서도 맡아본 적 없는 이 특별한 향은 내게 각인되었다.

 

(…)

 

Judith주디스는 엉망이다. 엉망인데 자신이 얼마큼 엉망인지 추스를 겨를 없는 엉망, 스스로에게도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엉망, 그냥 엉망인 채로 있는 엉망. 엉망이 난잡하게 섞여 있는 엉망. 처음 제라늄 오일을 숨으로 마셨을 때, 어둡고 축축한 곳에 응축되어 있는 감정, 누군가 봐주기 전까지는 내비치지 않는, 스스로를 측은하게 여기지도 않아, 요구하지도 않아, 유혹하지도 않아, 공격하지도 않는ㅡ물이 차 있는 동굴 안에서 핀 붉은 꽃이 그려졌다. 조향을 배우기 시작할 때 다양한 에센셜 오일을 직접 맡으며 생동하는 감각과 마음에서 그려지는 이야기의 차원이 무척 깊고 신기했다. 우리가 눈앞의 대상에서 심연을 좇는 과정과는 차원이 다른 미지였다. 그때 그 제라늄의 인상과 존재가 황홀해서 그의 에너지(이하 G)를 향으로 직조하고 싶었다. 그리고 우연히 나는 G에 프랑킨센스를 결합했다.

(…)

 

이 모든 은유의 시작도, 끝도 알 길이 없지만ㅡG를 동굴에서 꺼내고 싶었다. G를 동굴에서 꺼내는 순간 G는, 미련 없는 찬바람과 칼날처럼 내리쬐는 태양 빛에 바짝 마르고 산산히 부서지는 거야. G는 부서져 바람을 타고 공중에 날아가, 몇 점은 바닥에서 구르고, 구르던 점들도 머지않아 가루가 되어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거지. G를 동굴에서 꺼내기 위해서 나는 G를 더 깊은 동굴로 넣었다. G에게 비버, 머스크, 동물의 육체 내음을 뿌렸다. 그들은 함께 엉켜 끈적하고 진해진다. 

-‘주디스와 그 주변을 위해서’, Tung Press를 통해 기고한 글 중 일부.


그래서 왜 향을 다른 형식과 형태의 작업에 비해 서비스할 수 있다고 본 거죠, 이건 생존 전략이지. 작업은 비싸고, 보상도, 생존하기에도 늦다. 더하여 작은 드로잉이나 페인팅을 판매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끔찍하게 자연스럽지 않다. 그건 왜 끔찍이 자연스럽지 않은 거지? 그러니까 계급장(역할) 떼고 이야기해 보자고… 하는 얘기인데… 이럴 때 쓰는 말이 맞아? 그나저나 후감각은 항상 좀 서글프고.


102 

Tinker Bell Cyan

 

Melon, Juniper Berry, Ho Wood, Sandalwood Accord, Mandarin, Nutmeg, ...

 

사이안은 비로소 어른이 되었습니다. 

탈락, 거절, 로맨스, 일시적인 가난을 겪었습니다. 씁쓸함과 편안함을 

모두 알고 있지만 

나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일상을 부유합니다.

 

Cyan has finally grown up.

He has tasted rejection, heartbreak, and brief poverty.

He knows both bitterness and comfort,

yet none of it ever felt insurmountable.He simply drifts through everyday life.

 


109

After Salon I Spank Your Powdered B.

 

Rose Wood, Lavendar, Rose Absolute, Patchouli, Amber Accord, ...

  

미용실에서 나와 탱글탱글하게 

말린 머리칼에서 나는 냄새에 취해 

도시의 가로수 길을 걷는 늦은 오후, 

달그닥, 키를 넣고 문을 열어. 

귀걸이와 반지를 트레이에 덜고, 

얼음물을 한 잔 마신 후, 당신을 기다리며, 

연기가 나지 않는 간단한 저녁 식사를 준비해, 침대 맡에 베이비파우더도 두었고...

  

Leaving the salon, intoxicated by the scent of freshly dried, softly curling hair,

I walk along the tree-lined city street in the late afternoon.A soft clink as I slide the key in and open the door.

Earrings and rings settle onto the tray; after a glass of iced water, I wait for you, preparing a simple dinner that gives off no smoke. Beside the bed, I’ve placed a little baby powder…

 


보마 @bomapak 

박보마는 가짜를 만들고 순간을 박제하기 위해 미술가로서 다양한 매체와 아이덴티티를 다루며 작업한다. 향 브랜드 ’마터(Maatter)‘를 통해 조향 작업을 서비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