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현 ─ 오싹 도서관 1 《메이코의 놀이터》

정기현 ─ 오싹 도서관 1 《메이코의 놀이터》

오싹함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보자마자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이미지의 오싹함, 뜻밖의 장소에서의 인기척이 불러일으키는 오싹함, 당신이 내가 알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 줄 때의 배신감에서 비롯된 오싹함…. 


이 많고많은 오싹함 중 오늘 나눠 보고 싶은 것은 바로 ‘마음 깊은 곳의 오싹함’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을 하나의 장소로 이해해 본다면 마음이라는 공간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무언가 아주 오싹한 것이 존재하지 않을까… 상상해 보게 된다. 늘 밝고 쾌활한 친구도, 무슨 일에든 심드렁하고 무관심한 친구도, 그가 겉으로 내보이는 표정을 열어젖히고 마음속으로 진입하여 아주 깊은 곳까지 다다르게 된다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일그러지고 잔혹하고 음습한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지 않을까? 


오카다 사쿠모의 만화 『메이코의 놀이터』(AK커뮤니케이션즈, 2021, 전 3권)에는 회차마다 메이코의 마음이 이미지화 되어 펼쳐진다. 메이코의 마음은 이런 모습이다. 땅은 물기 하나 없이 메말라 쩍쩍 갈라져 있고 그나마 있는 나무도 다 말라붙어 고목이 되어 버렸다. 가뭄 든 마음의 소유자 메이코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늘 안대로 가리고 다니는 왼쪽 눈(오른쪽 눈과 달리 왼쪽 눈은 세로로 서 있는 모양새다)과 시선을 마주친 사람은 자신의 황폐한 마음의 땅으로 불러들여 잔혹한 고문 끝에 처치해 버리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그 능력 덕분에 메이코는 한 조직에 고용되어 방해꾼들을 처리하는 일을 수행하게 된다. 


메이코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돈을 버는 노인과 함께 낡은 호텔에서 생활하며 학교도 다니지 않고 늘 홀로 지내는데, 어느 날 동네에서 아스마라는 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아스마의 친구들과 말뚝박기, 단체 줄넘기, 민들레꽃으로 비녀 만들기, 풀피리 만들어 불기, 등 각종 놀이를 배우고 즐기게 된다. 친구가 생긴 것이다. 메이코는 아스마에게 배운 놀이 방법을 자신의 마음속에서 다른 조직원들을 처치할 때 적용해 보기도 하는데, 그러니까… 사람으로 풀피리를 만들어 불거나 사람으로 비녀 만들기 따위를 하며 더욱더 잔혹한 방식으로 적을 처단하는 것이다…. (이 부분들의 묘사가 엄청나다…!)


특별한 능력은 메이코에게만 허락되었으나 만화가 진행될수록 메이코가 어울려 노는 친구들의 마음 깊은 곳 역시 메이코 못지않게, 그리고 아이들답지 않게 퍼석퍼석한 마른 땅임을 알 수 있다. 일찍 철들어 마음이 퍼석한 아이들은 한창 같이 놀던 친구가 갑자기 집에 돌아가거나 존재도 몰랐던 친구의 동생이 놀이터에 등장해도 서로의 사정을 자세히 묻지 않는다. 그 대신 “복잡한 사정이 있는 거 같네.” “자세한 건 안 묻겠지만.” 하고 어른도 하기 어려운 깊은 배려를 보여 준다. 


어쩌면 마음 깊은 곳에 오싹한 존재를 품은 이들은 상대의 마음에도 역시 오싹함이 도사리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서로의 오싹함을 깨우지 않으려 사려 깊은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만화 초반에는 메이코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피가 낭자하고 신체가 숭덩숭덩 잘려 나가는 장면에 섬찟 놀라기 일쑤였지만 만화를 덮을 때가 되면 왜인지 메이코와 그의 친구들과 다 같이 껴안고 엉엉 울고 싶어진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의 오싹함을 알아본 덕분…. 덥고 지치고 무기력한 여름의 한가운데, 마음속 무서운 존재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분들이라면 『메이코의 놀이터』를 펼쳐 보자. 참고로 종이책은 절판되었지만 아직 전자책으로는 읽을 수 있다.

 

정기현 @beeeeenergy

오싹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수많은 종류의 오싹함이 담긴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소망한다. 소설집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