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 ─ 말배우기
서류상 마포구민/서울시민/대한민국 국민으로 기록되어 있는 나는, 현재 자유롭게 구사하는 이 ‘한국어’라는 말을 언제 어떻게 배우게 되었는지 기억할 수 없다. 다만 항상 이 언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뿐이다. 한국어 외 언어는 언제 어떤 과정으로 배웠는지 잘 기억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배운 외국어는 ‘영어’였다. 경상도 억양으로 영어를 가르쳐 준 중학교 선생님이 ‘리피트 애프터 미’라고 하면 학급의 모든 학생들이 경상도식 영어를 따라 말했다.
2012년에 공연을 하러 일본에 처음 방문한 뒤, 2025년 현재까지 약 40회 정도 오가며 아티스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에 공연으로 처음 방문했던 대만 활동도 점점 늘려가는 중이다. 일본과 대만은 모두 한자를 사용하지만 나는 한자를 읽지 못한다. 활동초기에는 모두와 영어로 소통했다. 하지만 ‘네이티브 스피커’들끼리 나누는 그 말소리와 뉘앙스가 너무 궁금했기에 참지 못하고 ‘말하기’만 먼저 배웠다. 점점 말하기가 익숙해지며 현지 친구들과 완전히 새로운 관계가 열렸다. 나와 한국어처럼, 언제 배웠는지도 모를 언어로 자유롭게 말할 때의 현지 친구들 모습은 서로 영어로 대화할 때와 사뭇 달랐다. 자신에게 가장 편한 언어로 말할 때 나타나는 그 모습이 보고 싶었기에, 읽고 쓰지는 못해도 ‘말하기’를 먼저 습득한 것은 지금도 무척 잘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하는 데도 엄청 도움이 되고)
하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시중의 여러 교재들은 내가 하고 싶은 말부터 알려주지 않았다. ‘너의 남편은 뜨거운 물을 좋아하니?’ 이건 내가 당장 하고싶은 말이 아니다. 대만에서 더 자주 활동하기 위해 작년부터 배우고 있는 만다린어의 경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선생님과 함께 문장으로 만들고 그걸 통째로 외우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란 이런 것이다.
“태어난 곳이 어디든 우리는 어떠한 사회 안에서 태어나고 성장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예술가이기 이전에 사회인입니다. 예술 작품 속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저의 창작과 성장의 동력은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이 땅에서 만들어지는 멋진 소리를 자주 듣고 싶습니다.”
음악, 동료, 문화, 성장, 집회, 여성, 인간, 언어, 예술, 사회, 창작, 동력, 현재, 공부, 연주.
나의 만다린어 사전은 이렇게 채워지는 중이다.
이랑 @langleeschool
1986년 서울 출생. 가난, 죽음, 슬픔, 불안과 고통을 기꺼이 직시하며 말과 노래의 쓰임을 고민하는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