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나 ─ 전쟁을 주제로 말하기, 첫 번째

하미나 ─ 전쟁을 주제로 말하기, 첫 번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살상이 시작된 이후 내가 이전에 가졌던 세계를 보는 관점,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돌이킬 수 없이 달라졌다. 알 수 없었다. 왜 나는 여기 있고 그들은 거기에 있는가. 왜 나는 가자에 대해서 ‘사유’하고 그들은 학살과 굶주림을 ‘경험’하는가. 어째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그토록 잔혹한 행위를 할 수 있는가. 그걸 어떻게 전 세계가 방조할 수 있는가. 홀로코스트를 겪은 집단이 어떻게 다른 집단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가. 여성 우울증을 주제로 책을 쓰면서 나는 한동안 몇몇 여성들이 아파서 미쳐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달리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닌 채로 살아가는 것 같다. 다음은 전쟁이라는 광기를 이해해 보고자 찾아보았던 여러 자료 중 일부다.

 

1. 미디어오늘 기사, “20년 간 드론 아래서 잠을 청했던 기자, 학살을 기록하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165

: “이스라엘이 가자에 전쟁을 선포한 10월 7일 이후 나는 민주주의, 인권, 언론의 자유 같은 말을 믿지 않게 됐다. 이제 세계의 어느 언론인도 영웅이 될 수 없다.”


2. 디디에 파생·리샤르 레스만, 최보문 옮김, 『트라우마의 제국』, 바다출판사

: “한쪽에는 팔레스타인이 저지른 테러의 피해자가, 다른 쪽에는 이스라엘의 식민지화로 고통받는 피해자가 있습니다. 이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쟁을 선전하는 중심어가 되어 두 개의 상징적 모습을 만들어냅니다. 하나는 영원한 피해자이고, 다른 하나는 영원한 피해자로 인한 피해자입니다.” (320쪽)


3. 프리모 레비, 이현경 옮김, 『주기율표』, 돌베개

: “세상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내 주변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94쪽)

“아우슈비츠가 있다. 그런데 신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이런 딜레마의 해결점은 아직 찾지 못했다. 찾고 있지만 찾지 못했다.”(364쪽)


4.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 베르너 헤어초크의 1972년 영화 《아귀레, 신의 분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1979년 영화《지옥의 묵시록》

: 여성 우울증을 오래 추적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참전 군인의 정신병과 그들의 고통과 만나게 됐다. PTSD라는 개념 자체가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들이 겪는 심리적·신체적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승리 혹은 패배, 애국심, 영웅주의, 정복, 부수고 죽이는 것으로부터 오는 스펙터클···. 우리에게 익숙한 전쟁 서사 이면에 존재하는, 전쟁이라는 육체적 경험의 진실을 좀 더 알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이 작품들을 찾아냈다. 세 작품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거나 상대를 오마주하는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5. 파도의 인터뷰 기사 <아다니아 쉬블리: 팔레스타인에서, 트라우마와 안일한 언어에 관하여>

https://www.pado.kr/article/2024010420528886192

“지난 몇 년을 거치면서는 서사 형식에 아예 지독한 구역감을 느끼게 되었어요. 구역감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데, 선형적 구조에 바로 그런 신체적인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에요. 마치 독재 정권 같은, 거대 서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구조 안에서입니다. 최악의 압제자처럼 강고하지요.”

 

하미나 @heresmina

작가. 베를린에 거주하며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아무튼, 잠수』와 다수의 공저를 썼다. 한국어로 시를 쓰는 여섯 명의 시인들로 구성된 텍스트-사운드 퍼포먼스 팀 메아리조각의 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