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진 — 갤러리는 어떻게 ‘나’에서 ‘우리’가 되는가

지혜진 — 갤러리는 어떻게 ‘나’에서 ‘우리’가 되는가

Li Yuan-chia standing at the porch of the LYC Museum & Art Gallery, featuring window designed by David Nash.
Digital image courtesy of LYC Foundation, Li Yuan-chia Archive, The University of Manchester Library. 출처: https://www.lycfoundation.org/



갤러리를 운영하며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영감받은 공간이 있나요?”
나는 늘 LYC Museum & Art Gallery를 떠올린다.
1972년부터 10년간 영국 북부의 작은 농가에서 운영된 이 공간은, 지금 내가 용산에서 상히읗을 꾸려가며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질문—갤러리는 어떻게 ‘우리’를 확장시키는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Pioneers of Participation Art at Moma, Modern Art Oxford, February 1971, photograph. Digital image courtesy of Modern Art Oxford.

 

LYC를 만든 Li Yuan-chia(1929–1994)는 대만에서 추상회화로 먼저 주목받았다. 그는 1959년 ‘점(POINT)’ 회화를 시작한 뒤, 이탈리아를 거쳐 런던에 도착하면서 자신의 추상적 실험을 보다 넓은 국제적 맥락 속에 놓기 시작했다. 런던에서 그는 ‘점’ 개념을 관객이 직접 만지고 옮길 수 있는 자석 오브제로 확장시키며, 예술을 ‘보는 것’에서 ‘함께 만드는 것’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시도는 Signals와 Lisson Gallery에서 더욱 구체화되었고, 그의 참여적 실험은 1971년 MOMA Oxford의 《Pioneers of Participation Art》에서 정점을 찍게 된다.

 

LYC Museum & Art Gallery courtyard, photograph. Digital image courtesy of LYC Foundation, Li Yuan-chia Archive, The University of Manchester Library.

 

하지만 Li는 런던을 떠나 영국 북부 Cumbria로 향한다. Cumbria는 시골이었고, 미술관도 부족했고, 현대미술 인프라도 미미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Li에게는 해방이었다. 그가 낡은 돌집을 혼자 수리해 만든 LYC Museum & Art Gallery는 갤러리 룸, 아트 룸, 출판실, 부엌과 정원으로 구성된 ‘생활의 미술관’이었다. 300명 넘는 작가의 전시, 워크숍, 시 낭독회, 출판 프로젝트가 끊이지 않았고, 공간은 제도적 미술관의 반대편에서 예술을 ‘함께 시간을 쌓아가는 일’로 재정의했다.

 

The University of Manchester Library에 있는 Li Yuan-chia Archive 자료 (ⓒ 지혜진)

LYC Museum & Art Gallery의 도록 일부를 촬영 (ⓒ 지혜진)

 

Li가 남긴 말, “LYC is me. LYC is all of you.” 나는 이 문장을 아주 오래 붙잡고 있다.

상히읗 역시 단둘이 시작한 공간이었다. 작은 해방촌의 지하에서, 전시 기획부터 운영, 기록까지 서로 손을 보태며 공간을 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상히읗의 ‘우리’는 조금씩 넓어지기 시작했다. 작가와의 긴 대화가 프로젝트를 만들고, 또 다른 협업이 해외 기관과 연결되고, 전시 이후에도 지속되는 관계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낳았다. 처음의 ‘우리’가 작가·관람자·협업자들로 엮이며 점차 확장된 것이다.

내가 LYC를 떠올리는 이유는 단순히 역사적 흥미 때문이 아니다. LYC는 공간이 어떻게 관계와 실험의 축적을 통해 공동의 장으로 변모하는지를 보여준다. 작은 공간도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의 의지와 감각이 모일 때, 제도 밖의 또 다른 예술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상히읗은 '둘의 우리'에서 시작해, '더 큰 우리'가 되어가고 있을까?

 

지혜진 @jjinieislove

용산구 해방촌에 위치한 갤러리, 상히읗(@sangheeut)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