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현 ─ 오싹 도서관 2 《코즈믹》

정기현 ─ 오싹 도서관 2 《코즈믹》

밀실 살인 사건은 미스터리 소설가, 그리고 미스터리 소설 애호가들에게 유구한 사랑을 받아 온 소재다. 침입자의 흔적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공간에서 어떻게 그 트릭을 풀어 나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자신의 흔적을 말끔히 없애고 나갈 정신을 챙기는 이라는 점에서 아주 차가운, 얼음장 같은 범죄 유형이 아닐 수 없다. 

세이료인 류스이의 장편소설 『코즈믹』 역시 밀실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책을 펼치면 대뜸 범죄 예고장이 우리를 맞이한다. 

“올해, 1200개의 밀실에서 1200명이 살해당한다.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엄청난 스케일! 범인의 예고처럼 예고장의 뒤를 펼치면 수많은 밀실 살인 사건이 차례로 기술되어 있다. 사건은 택시, 아파트, 기차와 같이 익숙한 밀실에서 벌어지기도 하지만, 내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것을 과연 밀실이라 할 수 있는가 싶은 곳에서 벌어진 사건들이었다. 

예컨대, 들뜬 사람들로 가득한 볼링장. 모두가 각자의 공에 집중하거나, 일행들과 떠드는 데 집중하느라 한 레인에서 공을 굴리는 사람에게 누구의 시선도 드리워지지 않았을 때, 공과 함께 그 이의 머리통이 레인을 구르는 식이다. 이것을 밀실 살인 사건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밀실을 ‘누구도 그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순간’이라고 정의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스카이다이빙 중에 벌어진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3천 미터 고도에서 열 명의 스카이다이버들이 동시에 뛰어내리고, 다이버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원을 만든 채 낙하한다. 이제 낙하산을 펼쳐야 할 순간, 아홉 명의 다이버들은 무사히 낙하산을 펼쳤지만 단 한 명의 다이버만이 어찌 된 연유인지 낙하산을 펼치지 못했다. 그리고 아홉 명의 동료들은 밑으로 빠르게 추락하는 동료 다이버의 머리가 공중에서 잘리는 것을 바라보게 된다. 이것 역시 밀실 살인 사건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밀실은 ‘공동체에서 홀로 고립되는 순간’이라고 말해 볼 수도 있겠다.

밀실 살인 사건의 트릭을 푸는 데 집중하기보다, 사건을 통해 밀실의 정의에 대해 고찰해 보게 하다니. 『코스믹』을 읽다 보면 영 엉뚱한 곳에 도착해 있는 기분에 휩싸이다가도, 이런 고민이야말로 정말 필요한 것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사건의 오싹함은 물론이거니와, 밀실의 새로운 정의 또한 우리를 오싹하게 만든다. 고립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지독한 밀실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정기현 @beeeeenergy

오싹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수많은 종류의 오싹함이 담긴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소망한다. 소설집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