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태 — 보통의 식당

고미태 — 보통의 식당

입대 전, 직업을 고민하던 중이었다. 내가 무엇을 주면 상대방이 돈을 건네줄까. 단번에 떠오른 건 ‘맛있는 음식’이었다. ‘맛있는 음식’으로 만족감을 얻은 상대방의 돈을 받는 건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전역하고 나서 주방 일을 배우려고 하니, 나이가 많아서 막내로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음식은 내가 혼자 터득하기로 하고, ‘맛있는 음식’에 대한 안목을 갖추기 위해 여러 식당을 많이 다니기로 했다.
식당을 다니기 위한 비용은 이삿짐 일을 해서 모으고, 9개국 11개 도시를 골라 일주일 정도 머물며 아침 시장의 과일부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까지 밤늦게까지 다니며 먹어보았다. 소화가 필요할 때는 그 도시의 명품 거리나 핫플레이스를 다니며 인테리어 요소부터 작은 소품까지 관찰하면서 안목을 쌓아갔다. 


약 6년 동안 ‘맛있는 음식’에 대한 안목을 갖추기 위해 여러 식당을 다니고 음식을 먹었다. 현지인 눈높이로 보기 위해 지역 분들에게 맥도날드 시급과 평균 월세를 물어보기도 하고, 내 취향에만 갇히지 않으려 원하는 것보다 더 다양한 걸 고르고, 구글 평점이 낮은 것부터 높은 것까지 골고루 먹어보려고 했다.


서울 을지로의 한 순대집에서 화장실에 갔는데, 세면대도 수도꼭지도 없었다. 자리로 돌아와 물티슈를 부탁드리고 기다리는데, 나 다음으로 화장실을 다녀온 분이 따로 손을 씻지 않고 공용 수저통을 사용하는 걸 보게 되었다. 그 후로 종로, 서촌, 홍대, 이태원, 강남 등 지하철역을 갈 때마다 역내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손을 씻는지 안 씻는지 지켜봤고, 그 결과 내 식당에서는 공용 수저통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럼 내가 수저를 손님에게 놓아야하는데, 당연하게 오른쪽에 놓는 게 조금 이상했다. 그렇다고 왼손잡이냐고 묻기엔 단어 자체에 존중감이 결여된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수저를 손님 오른쪽에 놓으면서 “혹시 왼손 사용하시면 말씀해 주세요.”라고 하게 되었다.

 

 
다른 식당에서 아이들이 테이블 높이가 안맞아서 불편한 자세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의자 위에 얹는 선반을 제작했다. 가게는 좁지만 아기용 의자와 등받이가 있는 의자도 따로 제작해 가게 전면에 두었다.
식당은 작지만 테이블은 좁지 않고 의자도 넓은 편이다. 눈이 피로하지 않게 반사 조명만 사용하고, 사람 키를 넘는 물건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식사 중 소리도 불편하지 않도록 가사 없는 음악을 틀고 설겆이는 손님이 없을 때만 한다.

 

유튜브에서 유명 요리사가 추천한 식당을 찾아갔다. 맛있을 거란 기대심에 친구도 불러냈다. 그런데 그 식당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았다. 무척 속상했고 친구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유명 요리사가 나에게 직접 추천한 식당이 아닌데도 맛있을 거라 기대하며 친구까지 불러냈는데 말이다.


이런 경우가 내 식당을 찾는 손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그동안 목표로 했던 ‘맛있는 음식’이 텅 빈 단어가 되었다. 입맛은 감각기관으로 쌓인 경험이라서, 경험이 다르면 입맛도 다르다. 나의 ‘맛있는 음식’과 상대방의 ‘맛있는 음식’은 단어만 같고 그 실체가 각각 다를 수 있다.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맛있는 음식’이 되기란 어쩌면 우연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우연을 바라며 상대방에게 ‘맛있는 음식’이라며 판매하고 돈을 받을 수는 없었다. 정당하지 않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포기했다. 하지만 대출과 생계를 위해 식당은 운영해야 한다. 그렇다면 ‘맛있는 음식’으로 기대를 주지는 못해도, 적당히 먹을만한 동네 밥집, ‘보통의 식당’은 어떨까. 내 식당에서 준비하는 음식은 나도 매일 먹어야 하고, 오랜 시간 일하려면 몸에 필요한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의사들이 권장하는 식재료를 골라, 매일 먹을 수 있는 조리법으로 보통의 일본 정식을 만들고 메뉴로 준비했다. 


‘맛있는 음식’이 없어서 기대를 갖고 찾아오는 식당은 아니지만, 적당히 먹을만하고 동시에 몸에 필요한 영양도 채울 수 있는 그런 ‘보통의 식당’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더보기

 

 

고미태 @gomiitae

요리사처럼 보이기 위해 머리를 밀고 동그란 안경을 쓰고, 식당을 만들고 매일 음식을 준비하는 스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