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나 ─ 음악경험 일기
2025년 8월 15일, 과천에서.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 찰리XCX의 공연에 심취하여 한 손에는 다 마신 페트병을 다른 손에는 스마트폰을 높이 들고 춤추고 있었다. 그때 뒤에 있던 관람객 두 명이 내 어깨를 가볍게 치며 들고 있는 물통이 공연을 보는 데 거슬려 손을 내려달라 말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당황하여 대답하지 않았지만, 약간의 민망함을 느끼고 페트병을 작은 가방 안에 겨우 구겨 넣으며 생각했다. 주변의 만연한 스마트폰보다 버리지 못해 들고 있던 물통이 공연 관람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대형 공연장이나 페스티벌에서는 무심코 스마트폰을 높이 들고 줌을 당겨 공연자를 촬영하게 된다. 공연을 봤다는 사실에 적어도 좋아하는 순간이나 트랙 정도는 카메라로 남겨야 입장료와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감상이 어딘가에 남기 때문이다. 시간이 꽤나 흐른 후에는 공연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보다 SNS에 남긴 내용이나 스마트폰 갤러리에서 찾는 것이 더 간편하고 빠르다.
물론 당시의 감상과 후기도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말할 수 있다. BRAT 투어의 마지막 라이브. 프로페셔널답게 정시에 시작해 앵콜 없이 정시 종료, 셋리스트를 한 호흡으로 이끄는 카리스마, 코어 근육으로 다져진 퍼포먼스와 보컬-오토튠의 조화로운 사용, 한국어로 말했던 두 번의 "감사합니다"와 전광판에 비춰진 손가락 하트. 관객의 반응과 함성과 떼창, 땀이 많은 날씨임에도 향기로웠던 그 공기 습도 조명… 그저 everything is romantic.
이러한 내 개인의 시야—공연을 보며 춤을 추고 노래도 부르고 환호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감상—와는 별개로, 스크린을 통해서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관객이 복붙이라도 한 것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그런 광경이야 말로 성공한 음악가의 공연 디폴트임을 감안한다. 주변의 모두가 촬영하고 있는데 나만 가만히 있는다면 손해 아닐까? 그렇게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이상(이라 쓰고, 집중하기 애매한 주변에서) 나는 내가 10대에 처음 알고 배웠던 관람 매너에서 멀리 떠나왔음을, 그리고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생각했다.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지 곧 20년이 될 것이고, 즉각적 피드백이 가능한 편리한 세상의 흐름에 맞추어 시간과 돈을 들여 경험하는 관객에게 큰 잘못은 없다.
공연을 감상하며 기록할 수 있고 추억할 수 있는 나만의 매체가 있다는 것은 장점이 크다. 경험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미화된다. 하이라이트였던 그녀의 공연이 끝나고 행사장에서 지하철까지 10분 거리를, 안전을 위해 먼 길로 돌아가게 했던 마지막은 다소 답답했지만, 2주가 지난 지금은 그때의 내 기분이 중요하지 않다. 그저 하루를 충실히 잘 놀았다는 감상이고, 다음에 또 이런 날이 있을까 기대하고 싶어 스트레스를 도파민으로 빠르게 바꾸어두니 귀가 후 숙면에 아주 좋았다.
실시간으로 좋아하는 음악가와 함께하는 경험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그곳 그 시간에 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는 감각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다음 중요한 것은 각자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잘 설명하기 어렵다. 그저 그날 그 시간에 제대로 버리지 못해 어딘가 바닥에 흘렸을 페트병이 아쉽고 부끄럽다. 내 양심의 저울에 스마트폰과 쓰레기를 매달아보면 두 개가 똑같이 무거울까? 공연을 볼 때 타인에게 불편함을 준 것과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려 적은 글이 내 마음 편하자는 고해성사가 되어 갑자기 불편하다. 내가 이렇게 써서 남기지 않는다면 아무도 모를 텐데…
조한나 @chomanna
서울레코드페어 사무국장. “음악! 난 네가 참 좋아.. 근데! 니가 너무 싫어.. 하지만! 널 사랑해.. 그러나! 널 미워해.. However! 널 알고 싶어.. But! 널 모르겠어.. Nevertheless! 너와 평생 함께하고 싶어… 진짜 내 마음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