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손 — Changchun Methodist Church, 想像辛い, 반짝반짝

고요손 — Changchun Methodist Church, 想像辛い, 반짝반짝

온기를 되찾고 있던 어느 저녁, 우연히 마주한 조각을 서술합니다. 




“상상만 해도 괴롭다”. 


늦은 저녁,

신촌극장에서 발 없는 사내의 연극을 기다리다 마주한 장면과

그 풍경에 묶여 있는 조각을 위한 마중.


바람이 매섭게 부는 바람에 코트 끝자락이 금세 담을 넘어, 고사리처럼 곱게 말린 철장에 걸쳐진다.

불편해진 코트가 부담스러워 인상을 쓴 채 기어코 코트를 잡아당기다 거대하게 바닥을 메우며 드리워지는 그림자와 눈 맞춤.


하늘을 올려다보니 안개가 낀 듯 잘 보이지 않다가,

교회에 꽂힌 두 개의 십자가를 발견했다.

텅글텅글 소리가 들리더니

심장에 마이크를 댄 듯 온 하늘에 나의 박동이 울려 퍼진다.

쿵쿵쿵,,,

쿵쿵쿵쿵쿵,,,


솜털이 새침하게 박힌 가느다랗고 긴 줄기가 눈앞으로 스르르

내려온다. 하늘에서.

너무 놀라 기침을, 허파 폭발하듯

에에엣취 하니

또 마이크를 댄 듯 온 하늘에 나의 몰아붙인 숨이 울려 퍼진다.

에에엣취,,,

에에에에엣취,,,


그사이 눈이 내린다.

추운 건 참 싫은데, 얼음도 참 싫은데

닿을 수 없던 하늘과 드디어 만나는 듯해, 몽롱한 기분을 안고 입 한가득 벌리고 고개를 다시 든 채 아-

고개를 드니 이토록 선명하게

눈이 부시게 반짝반짝

여기저기 별 하나 부서진 듯 모든 것이 눈에 띄게 황홀하다.


추운 바람 깊게 들이마시며 속이 추워 손난로를 삼켜야 할 즈음

10미터, 아니 70미터는 족히 돼 보이는 뭔가가 떠 있네.

떠 있을까, 매달려 있을까, 보이지 않는 기둥이 있을까.

조각이라고 부르면 지나가는 행인들도

조각아!라고 함께 외쳐 주려나.

아니, 안 그럴걸.

사람들은 너무 무색하거든.


일단은 그냥 불러보는데

아니 점점 크기가 커지는 것 같아 부르기도 무서워.

 

십자가에서 발광하는 네온핑크 빛 한 줌과 반짝거리는 별의 무리들, 녹으면서 음표가 되어 공간을 떠다니는 눈송이.

 

무게가 아예 없는 듯한 반투명의 조각 덩어리.

눈 감으면 보이는 미생물들이 껍데기에 덕지덕지.

섬으로 향했을 때 보았던 촛대바위에 붙은 따개비들처럼 군데군데.

갑자기 바다가 되어 미역을 걸고, 이끼를 붙이고.

다 덮어버리려고 다가오는 파도를 다시 지평선에 테이프로 붙여놓고 다시,

 

모든 것을 뚫을 것 같은 길고 뾰족한 원뿔 모양 좌측 하단.

그러다 다시 동그라미를 질투하는 심술로 다시 곡선이 된 그 좌측 하단.

심술하니 떠오르는 얄궂은 입술로 silence.

 

시멘트를 매단 우측 상단과 백조의 깃털을 모아 만든 비행기로 무게를 받치고 있는 우측 하단.

 

수백 마리의 철새 무리가 조각의 정중앙을 통과하며 파편화된 조각을 각자의 입에 문 채, 그렇게 거리로, 나무 위로, 집 앞으로 해산. 마지막 한 마리는 십자가 위에 앉으며 정착.

수천 마리의 은빛 철새 무리가 조각의 정중앙을 통과하며 파편화된 조각을 각자의 입에 문 채, 그렇게 거리로, 나무 위로, 집 앞으로, 트럭 위로 해산.


마지막 한 마리가 십자가 위에 앉으며 정착.

 

고개를 젖힌 채 목젖으로 기꺼이 꺼내고 마는 그런 거

 

“想像辛い”.

고요손 @goyoson

조각가 고요손은 ‘누가 어떻게 감상하는지에 따라 변화하는 조각’을 만든다. 그는 조각의 가변적인 가능성을 탐구하며, 오늘날 이동하는 조각의 조건을 고민하고 있다. 손으로 직접 깎아낸 비정형의 조각부터 음식과 같이 사라지는 재료를 활용한 작업까지, 재료와 소재를 변주하며 조각의 표현 범위를 확장한다. 그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거나 타인의 개입 속에 완성되는 과정적인 조각을 추구하는 한편, 조각이 지닌 물질성과 존재 방식을 탐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