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 쳤어요! 여러분 저 쳤어요 뒷북!

김경수 — 쳤어요! 여러분 저 쳤어요 뒷북!

한동안 냅다 “됐어요!”, “샤갈!” 소리부터 지르는 릴스가 유행이었다. 당황스럽다가도 유난스러움에 두 눈과 귀가 지쳤다. 얼마 전에야 이 밈에 친근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만우절 장난을 친답시고 “됐어요!” 릴스를 직접 만들려 준비하면서 “됐어요!” 영상을 수십 편 보았다. 덕질과 성공팔이 영상 등등. 하도 많이 보아서 정이 들었다. 안타깝게 넉 달 가까이 이어진 이 밈의 유행도 어느덧 끝물에 다다라간다.

인터넷 밈이 유행하는 순환 주기가 나날이 빨라지는 중이다. 메가 히트 밈도 동력이 사라지는 순간 작별인사를 할 틈도 없이 급작스레 사라진다. 무엇이 스테디셀러로 남을지도 이제 미지수다. 이제 탈고한 후에도 발행 전까지 유행이 끝날지 모른다는 마음에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인터넷 밈을 한 박자 느리게 반응하는 원고를 쓰면 트렌드에 뒤처졌다는 낭패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됐어요!”와 “샤갈!” 밈의 유행만은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밈의 개성은 전무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됐어요!” 밈은 족보가 없다. 유행의 시작은 어림잡아서 12월쯤인데 동시다발적으로 유행해 원본 영상을 특정하기 어렵다. 다행히 “쌰갈”의 경우 출처가 분명하다. 한중 국제커플 유튜버인 여단오의 여루가 비속어 대신에 쓰는 단어다. 비속어를 자체 필터링해서 쓰는 밈은 밤티 등 많은 선례가 있다. 이런 유행어는 비속어의 거부감을 줄이고 친근감을 더한다. 두 유행어가 뭉쳐서 “됐어요!” 밈이 탄생했다. 이쯤에서 “됐어요!” 밈의 템플릿을 살펴보자. 보통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있는 듯 시작한다. 대부분 소소한 자랑거리이거나 해프닝에 그친다. 한번 소리를 지른 후에는 사연을 차분히 설명한다. 또 화나는 상황에서 불타는 자막과 함께 “샤갈!” 소리를 질러버린다. 모든 장면이 과장되어 있지만 이렇게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호흡 조절이 핵심이다. 잘 만든 릴스에서는 강약중간약의 찰진 리듬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릴스의 핵심은 아담과 링 아나운서 등 TTS와 이펙트를 입힌 자막이다. 각 목소리와 자막에는 기능이 정해져 있다. 이런 장치는 중국의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캡컷의 TTS(Text-to-Speech의 약자) 기능에서 탄생했다. 입력한 텍스트를 성우가 더빙한 목소리로 바로 가공할 수 있다. 그렇게 출력된 목소리는 자연스레 이목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도 본인의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고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때 TTS의 개성은 양날의 검이 된다. 정서불안 김햄찌나 1분 요리 뚝딱이 형 등 정체를 숨기는 크리에이터에게는 놀이터가 된다. 바이럴 계정에게는 근본 없는 저품질 AI 슬롭을 딸깍하면서 양산할 수 있는 기술적인 토대가 되기도 한다.


맛집 바이럴을 사례로 들어보자. 영상에서는 음식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지 말랬는데 멀쩡한 음식을 왜 맨날 가르고 부수며 전시하는지 모르겠다. 온갖 달고 짜고 기름진 자극적인 재료를 동원한 레시피도 먹음직스럽지 않다. 되레 시각화된 자극에 탈이 날 듯하다. 이때 TTS로 출력되는 휘황찬란한 문장이 어떻게든 그 영상을 보게끔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TTS는 성공팔이로 불리는 사기와 바이럴, 커뮤니티와 타인의 영상을 불펌하거나 파편적 정보를 퍼뜨리는 릴스의 범람을 타고 대중에게 전해졌다. 다만 대중은 바이럴 광고의 패턴이 눈에 익으면 바이럴을 불신한다. “됐어요!”에도 어느 정도 그 불신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됐어요!” 밈의 개성은 TTS를 제거했을 때 원본이 평범한 브이로그라는 점에 있다. 브이로그는 대부분 본인 목소리로 녹음한다. 그 목소리는 현장 녹음이 경우가 다수라 선명하지 않다. 반면 TTS는 자막으로 입력된 목소리만 출력하는 데다가 선명하다. 무엇보다도 톤이 일정하다. 그 효과가 현장감을 제거하고 만화나 예능에 가까운 느낌을 만든다. 이때 영상과 내용이 물과 기름처럼 불화하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그 아이러니가 “됐어요!” 밈의 매력이다. 


영상은 1인칭 시점으로 펼쳐지지만 영상 속 주인공은 TTS를 통해 본인을 여러 캐릭터로 나눈다. 혼자서 딜러를 하기도, 탱커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셀프 코멘터리를 하는 스타일이 브이로그를〈무한도전〉를 보는 듯한 리얼리티 예능으로 만든다. 더군다나 자막의 촌스러움은 섹시도발 등 낯간지러운 자막을 남발하던 10년 전 예능의 추억을 소환한다. 웃기게도 이런 영상은 오프닝에서 우리는 바이럴의 어그로를 빌린다.  나의 소중한 순간이 수많은 바이럴의 홍수에 파묻히지 않게 하려는 조난 신호에 가깝다.

이처럼 “됐어요!” 밈은 브이로그의 일상에 바이럴의 과장을 입힌다. 바이럴이 아닌 우리의 일상을 바이럴이라고 주접스럽게 우기는 것이다. 이때 밈을 쓰는 사람은 의도치 않게 후자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풍자하게 된다. 명문대를 가든, 대기업을 가든, 결혼이든 꼭 무언가가 되어야만 한다고, 꼭 갓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세상을 뒤집으며 일상 속 해프닝이 더 재밌다는 뻔뻔함으로 우리를 설득한다. 그 뻔뻔함이야말로 유행을 휩쓸리면서도 그 안에서 본인의 삶을 지키고 자랑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이다.

 

김경수 @vivre_wasavie

영화평론가. 인터넷 밈과 대중문화, 책에 관해 쓰는 일도 한다. <씨네21>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코아르>에 영화 비평을, <릿터>에 서평을 연재하는 중이다. 단행본으로는 석사 논문을 고친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이 있다. 만성적인 도파민 중독으로 인해 영화를 볼 때 가끔 졸음이 밀려든다. 지금은 두 권의 단행본을 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