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정 — CRAPPY ways of seeing
삿포로에 놀러 갔다가 갓챠로 뽑은 팬티 파우치. 올해 구매한 물건 중 가장 마음에 들어 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가랑이 위에 얹어놓고는 합니다.

일본에서 드물게 찾아볼 수 있는 가챠입니다. 실존 인물의 증명사진 랜덤 갓챠와 지명 수배범 뽑기. 후자는 다소 기분이 좋지 않아 패스하였고 전자는 하나 뽑아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소장에 딱히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보도 섀퍼씨의 눈에서 광기를 느끼고 큰 감명을 받았으나 책은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직장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분에게 선물하고 싶었으나 단종이 되어 구하지 못한 책입니다. 해결책을 전혀 제시하지 않으면서 오직 현상만을 보여주고 있는 제목과 일러스트레이션이 인상 깊습니다.
서울 목동의 한 태국 음식점에 걸려있던 액자. 공간을 한순간에 장악하는 힘이 있는 눈빛입니다. 여자분은 임수정을 닮지 않았나요… 저도 음식점을 열면 이런 인테리어를 하고 싶습니다.
길을 가다가 이런 기묘한 전단을 발견할 때마다 항상 가슴이 설레여 옵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전화를 걸어볼 뻔했으나 용기가 없어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잠실역 부근에서 찍은 어린이집 간판입니다. 실례되는 말이지만 어린이집에 어울리지 않는, 왠지 대부업체 같은 모순적인 디자인에 매우 끌렸습니다.
대학로 어느 곳에서 발견한 원숭이 인형 타래. sm 플레이가 아니냐며 낄낄댔습니다. 익숙한 물건도 디피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기묘해질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혜화역 인근 어느 세계과자점의 디피. 모든 이름표가 수기로 작성되어 있었으며 보는 시각 및 시력에 따라 중의적으로 읽히는 것들이 왕왕 있었습니다.
동물의 목을 뽑아 들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흡사 지옥도 같다고 생각이 되어서 혼자 웃었습니다.
은평구에서 목격한 간판. 간판을 거꾸로 달은 것은 과연 실수였을지 아니면 철저히 의도된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둘 중에 무엇이든 일단 어그로의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관상에 대한 책을 발견했습니다. 상당히 놀라울 정도의 악담이 적혀있습니다. 심지어 흉점이 얼굴의 거의 모든 위치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해 가기도 어렵습니다. 제가 본 책 중에 가장 고어합니다.
동대문 종합시장의 한 부자재 가게에서 저의 형편없는 친구 sam(그는 에어팟 케이스 입니다…)에게 딱 맞는 카우보이 모자를 찾아 씌워주었습니다. 잘 살펴보면 sam을 바비마냥 꾸며 줄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더라구요. 혼자 이러고 잘 놉니다.
수내역에서 목격한 희귀 비둘기입니다. 저 구멍에 머리를 넣고 계속 서 있었어요. 어쩌면 날개 달린 쥐라는 명성에 걸맞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개체로의 진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희귀한 장면임은 확실하므로 행운의 사진이라고 생각하여 모두에게 공유합니다.
권호정 @crappyroom
크래피룸을 운영하고 있는 디자이너다.
기묘한 지점이 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촬영하여 아카이빙하는 취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