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준 — 공연 노동자로 살고 싶은데

우희준 — 공연 노동자로 살고 싶은데

안녕하세요. 저는 공연 노동자로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이 일을 꿈꾸게 된 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공연 노동’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를 띠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랍니다. 이를 설명하려면 학교에서의 경험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답니다. 

음악을 한다고 했더니, 학교에서는 갑자기 죽도록 발표를 시켰지요. 음악을 한다는 것이 꼭 대단한 것을 보여주겠다는 뜻은 아니었는데도, 늘 무대에 서야 했어요. 이 경험은 어떤 예술 전공생들에게는 트라우마일 테지요. 예술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구조 속에 집어넣는 세태가 그렇습니다.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누군가보다 더 멋진 음악을 하고 싶다거나, 잘되고 싶다는 마음은 아닌데 말이지요. 다른 마음도 있는 법인데, 다른 마음을 먹어도 된다는 것조차 몰랐지요. -

그런 10대를 지나 20대가 되었을 때도, 저는 여전히 공연 노동에 회의적이었습니다. 

무대는 여전히 트라우마의 공간이었고, 높이 솟아 있는 그곳에는 저보다 더 근사한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최근 들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무대가 꼭 근사한 것을 조명하는 일만을 하진 않는다는 것, 공연 노동은 모두에게 멋진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 무대는 누군가를 배제하기 위해서만 솟아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아, 참 어리석었지요!

무대 위 사람들에게 사회가 그러하듯, 반대로 우리 또한 무대 위 사람들에게 납작한 잣대를 들이밀곤 합니다. 네, 그들은 공연 노동자이지요. 하지만 우리 시대에서는 더 이상 노동을 한다는 것이 사물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 일들을 돌이켜보니 생각하게 됩니다. “아, 우리는 왜 명예를 발명했을까!” 그것은 이름에 무게를 싣는 일이지요. 명예…. 그러니까 유망한 시상식 같은 곳에서 주는 상은, 멋진 누군가를 빛내기 위한 ‘조명’하는 일이기만 할까요? 스튜어트 밀은 소수 의견이라는 개념을 말합니다. 우리가 익히 읽는 필독 도서, 자유론에서의 이야기 입니다. 밀은 소수 의견이 진리 발견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필연적으로 부정적이고 거북하다고 말합니다. 명예는 이러한 소수 의견을 보존하고, 진리 발견에 힘쓰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요. 

하지만 명예는 필연적으로 권력을 쥐게 하죠.  조금의 권력만 있어도 신나서 휘두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세상을 바꾸기도 합니다. 명예는 아마 후자에 베팅하고자 발명된 게 아닐까요? 더 멋진 쪽을 골라내는 일이 아니라요.

자 그렇다면 다시 돌아와서, 공연 노동을 지속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명예와 권력이 꼭 필요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예술은 필연적으로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는 일이 될 테지요… 어떻게 하면 그렇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요?

자, 이제 그 일이 어떻게 더 널리 가능할지 상상해 보려고 합니다. 

자꾸 부정적이고 거북한 이야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진리 추구를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스튜어트 밀이 말한 정지상태라는 개념을 아시는지요? 그는 사회의 경제 상태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인간의 욕구가 질적으로 전환되고, 공동선을 지향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되지는 못했습니다. 우리는 밀이 구체적으로 상정한 경제 상황보다 훨씬 풍요로운 21세기를 살고 있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그러나 돌아가신 밀 선생님이 상상치도 못한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무덤에서 슬퍼하고 계실지요?

저는 우리가 이 탈-정지상태로 치닫는 가운데, 다수는 예술 역시 소수에게만 쥐여주려 한다고 느낍니다. 자, 이제 글자 수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질문을 던집니다.

왜 공연 노동은 소수의 것이어야 하나요? 왜 무대 위에는 완벽한 사람만 있어야 하나요? 다양한 모습은 허용될 수 없나요? 왜 우리는 예술에서 쾌의 감정만을 원하죠? 불쾌한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삶은 스스로에게 그리고 남에게 얼마나 잔인한가요? •••> 도대체 새로운 것은 어떻게 나올 수 있죠?

무질서한 결말에 더불어 죄송합니다. 저는 명예가 없어서 스튜어트 밀 아저씨의 명예를 빌어 왔습니다. 그리고 명예를 가지고서는 휘두르지 않을 자신도 없지요...

그럼… 좋은 연말 되세요!

 

우희준 @woohuijun

서울에서 노래하고 (베이스)기타를 치며 돈을 번다. 생각이 참 많으며 활자중독에 시달린다.